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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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 버추얼 모델이 광고에 등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 모델은 흠잡을 데 없는 비주얼로 대중의 환심을 사려 한다.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AI 모델은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언제 와도 오고야 말 세상이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겠다 하는 마음들이다. 과거보다 변화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현재를 살면서 미래가 성큼 다가올 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는 미래가 코앞에 있는 현재를 살고 있다. 미래가 가까워진 만큼 과거는 저만큼 더 멀어졌다. 늘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철칙에 사로잡혀 앞만 보고 달리는 사회적 분위기 탓도 있다. 미래라는 가치를 추앙하는 만큼 과거는 빠르게 손절하려고 한다.

이러한 기조는 연예계에도 흐른다. 많은 스타들이 시시때때로 변신을 고민한다. 제작자들은 언제나 새로운 기획이 갈급하다. 비평가들도 그들의 참신한 변화와 성장을 종용한다. 최근 tvN ‘댄스가수 유랑단’(연출 김태호)과 이효리가 뭇매를 맞은 이유다. 소위 ‘과거 우려먹기’, ‘추억팔이’를 하는 프로그램과 이효리가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댄스가수 유랑단’ 이효리의 ‘과거 우려먹기’ 논란이 인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13일 방송에서는 이효리가 스스로 “기사로 때려 맞고 있다”고 표현했다. 논란이 들끓던 즈음 녹화를 했던 모양인데, 자신을 향한 비판적인 목소리에 뼈아파 하면서도 의연하게 속 이야기를 하는 이효리가 방송으로 전해졌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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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핵심은 이효리가 김태호 PD와 비슷한 예능을 반복하며 과거 이미지를 소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날 방송에 이효리가 늘 변신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둘러서 말하는 듯했다. 엄정화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그동안의 나를 돌아봐야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논란에 맞섰다.

사실 ‘댄스가수 유랑단’과 이효리를 향한 대중적 지지를 생각하면 애써 해명을 할 필요는 없었다. 현재 ‘댄스가수 유랑단’의 시청률도 그렇고, 유랑단의 오프라인 공연도 인기가 대단하다. ‘텐미닛’(2003)을 20년만에 선보이는 이효리가 20년 전 ‘추억팔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대중들이 그 추억을 앞다퉈 사주고 있는 것이다. 이효리와 함께 추억에 젖어들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구름관중을 이루고 있다. 40대가 되어서도 20대 때와 변함없이 화려하게 빛나는 이효리를 바라보며 팬들도 짜릿했던 그때의 전율을 되살리며 환호하고 있다.

이 정도면 ‘추억팔이’, ‘과거 우려먹기’가 정말 문제일까 싶다.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기획과 스타성이면 됐지 굳이 돌을 던질 일이랴. 참신해도, 변신해도 대중에게는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훌륭한 기획도 때를 잘 만나지 못하면 빛을 발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반면, 신선하지 않아도 감동을 줄 수 있다. 익숙하고 편해서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것 중에 ‘추억팔이’도 있는 것이다. 특히나 이효리처럼 많은 이에게 추억을 방울방울 샘솟게 하는 톱스타라면 그의 과거는 곰국처럼 진하게 우려먹어도 되지 않을까. 이러한 이유로 앞선 논란 이후 “이효리는 추억팔이 좀 해도 되는 거 아니냐”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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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에는 이효리라면 새로운 음반으로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한데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동반됐다.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게 못나 보인다는 따가운 시선이다. 그러나 이효리가 지난 10년간 걸어온 길을 떠올리면, 무턱대고 안전한 선택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조심스러워진다.

‘효리네 민박’ 등에서 조금씩 언급한 바 있듯, 이효리는 최정상에서 차근차근 내려오는 길을 오래 그리고 깊이 고민했다. 그러한 맥락에서 ‘추억팔이’도 내려오는 길의 한 계단일 수 있다. 이효리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은 자신의 과거를 밟고 내려오는 길이다. 그런 면에서 이효리의 담대함을 재차 느낄 수 있다.

또 어찌 아는가. 당장은 아니라도 언제가 됐건 ‘텐미닛’이나 ‘유고걸’에 버금가는 히트곡이 나올 수도 있다. 우리는 아직 이효리의 미래를 보지 못했다. 섣불리 변신과 도전을 종용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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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이면서도 남다른 감(感)이 있고, 하고 싶다고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을 이효리다. 2012년 돌연 모든 상업광고를 거절한 것부터 스몰웨딩, 제주살이 등 놀라운 결단력과 실행력을 보여온 이효리였다. 그러는 가운데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며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이효리가 최근 다시 상업광고 제의를 받겠다고 SNS에 글을 올리며 변화를 선언했다. 기업들의 AI 모델 기용 뉴스를 보며 심드렁했던 차에 이효리의 광고 복귀 선언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변화를 결심한 이효리는 지난 10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미래를 계획하는 것일 테다. 그가 무엇을 결심했든 팬들은 “효리,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말해 주고 싶다. 40대가 되어도 20대 때와 진배없는 이효리가 자신의 매력과 재능을 썩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만 최근의 논란처럼 앞으로도 그를 겨냥하는 비판의 잣대는 때마다 등장할 수 있다. ‘시대의 아이콘’ 이효리가 감당해야 할 왕관의 무게다.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 이효리도 스스로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감사한 건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이효리가 먼저 자신이 “당신의 친구”라고 자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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