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이토록 길어질 것이라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덧 3분기가 끝나가는 지금 시점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는 종식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는 ‘경제’일 것이다.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있으며, 증시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경기 폭락의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다.

 

 

기업들이 현금을 비축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는 특히 경제 분야에 있어 크나큰 타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시국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 현재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금성 자산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 불황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극복된 이후에도 단기 부채가 많은 기업보다는 현금이 많은 이들이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나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하고 당시에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는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은 “향후 시장은 기초체력에 대한 분석보다는 현금 흐름의 이슈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현금이 많은 상태에서 단기적 충격을 받은 기업은 회복할 수 있지만, 단기 부채가 많은 기업은 위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향후 회복이 빨리 이뤄질 기업으로 현금 보유량이 많은 이들이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비핵심 자산을 계속 정리하는
LG그룹

LG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앞으로도 비핵심 자산을 계속 정리할 방침

올해 초 LG CNS 지분 중 35%가 크리스탈코리아유한회사에 매각됐다. 또한 그룹사 차원에서 LG스포츠가 보유한 2만 7366㎡의 경기도 구리구장이 구리시에 매각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던 농업법인 곤지암예원의 약 4900평, 1만 6507㎡의 토지를 44억 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으며, LG페이로 손을 잡았던 협력사와의 관계도 정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는 한국정보인증의 지분 6.72%를 매각한 데 이어 상반기 중에 잔여분을 모두 처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 7일에는 이사회를 열고 LG전자가 보유한 LG홀딩스 홍콩의 보유 지분 전량을 리코 창안 유한회사에 넘기는 형태로 베이징 트윈타워를 처분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와 같은 조치들은 구광모 LG그룹 대표의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이후로도 그룹사 차원의 비핵심 자산은 계속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은 매각을 통해 현금성 자산만 2조 원대를 확보했는데, 이는 반년 사이에 2배가 급증한 것이다.

 

 

4조 4,500억 원을 확보한 SK그룹

도시가스 사업 매각은 통매각이냐 부분 매각이냐의 결정만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 또한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그룹은 LNG 발전 자회사인 SK E&S가 보유하고 있던 차이나가스홀딩스(CGH) 지분 1조 8,000억 원어치를 매각했다. SK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SK E&S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 8월에는 몸값이 3조 원에 달하는 도시가스 사업의 매각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관계자는 도시가스 사업이 통매각이냐 부분 매각이냐의 결정만 남은 상태라고 전하고 있다.

SKC의 화장품 원료 회사인 SK바이오랜드의 지분도 처분 대상이 됐다. SKC는 자회사 SK바이오랜드의 보유 지분 27.94%를 현대HCN에 매각했는데, 총 매매금액은 1,205억 원으로 전해진다. SKC는 이에 대해 “회사가 추진 중인 BM혁신 방향성과의 연결성이 높지 않아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을 4조 4,500억 원 확보했는데, 이는 작년 말보다 35%가 늘어난 것이다.

 

 

그룹사들의 계속되는 현금 확보

국내 2위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인 뚜레쥬르도 매물로 나온 상태

CJ그룹 또한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작년 카페 프랜차이즈인 투썸플레이스를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2,700억 원에 매각한 데 이어, 올해에는 국내 2위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인 뚜레쥬르를 매물로 내놨다. CJ그룹은 핵심 브랜드인 ‘비비고’에 집중해, 외식 사업보다는 식품 사업에 더 힘을 싣고자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CJ푸드빌이 최근 생산기지인 진천공장을 CJ제일제당에 넘긴 것을 두고, CJ그룹이 순차적으로 CJ푸드빌을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한화그룹은 한화 갤러리아 광교점의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 것에 이어, 충남 태안에 있는 골든베이 골프리조트를 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해태제과식품이 빙과사업법인인 해태아이스크림을 빙그레에 매각키로 결정하는 등 평년보다도 훨씬 많은 기업들의 매각, M&A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10대 그룹의 상장 계열사 97곳의 현금성 자산은 6월 말 기준 9조 7,000억 원으로 집계되는데, 이는 작년 말보다 33.5%가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도 자산 매각은 계속될 것

기업들의 현금 확보를 위한 매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보통 부채는 기업의 확장, 신사업 전개 등의 과정에서 많아지기 마련이다. 부채를 줄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곧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는 말로도 읽힐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현금을 보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곧 산업 전체가 확장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 때로는 투자하던 분야마저도 거둬들이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앞서 든 사례 모두 단순히 기업의 움직임으로만 읽을 것이 아니라, 대기업들도 그만큼 심각하게 지금의 상황을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현금 유동성의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자산들을 내놓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진그룹은 기내식기판 사업부 매각에 이어 완산 마리나 지분과 서울 송현동 땅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며, 두산그룹도 주력 계열사 매각을 결정한 상태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은 언제까지 이어지게 될까. 그리고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는 과연 창궐 이전의 상태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을까. 기업들의 자산 매각 움직임을 보자면, 이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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