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오진영 작가]

MBC 화면 캡처
MBC 화면 캡처

영국의 인터내셔널 부커 문학상 시상식이 어제 있었다. 내가 번역한 브라질 소설 ‘휘어진 쟁기’가 최종 후보에 올랐었는데 수상은 하지 못했다. 역시 최종 후보였던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도 수상 불발. 수상작은 독일 작가 예니 에르펜벡의 ‘카이로스'(Kairos)다. 

관련 뉴스에 실린 걸 보니 황석영 작가가, 자신은 “등단 이후 62년간 근대의 극복에 천착해 왔다”고 말했다는데.

‘근대의 극복’ 이라고? 근대를 왜 극복해야 하지? 대한민국이 ‘전근대’를 극복하고 근대를 이루기는 했나?

공교롭게도 어제 저자 최범 선생을 모시고 ‘문제는 근대다(기파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독서 토론회에 다녀왔다.

이 책에서 최범 평론가는,

1.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적 근대화는 이루었으나 사회문화적 근대화에 실패했다.

2. 특히 대한민국 좌파는 식민지 근대화를 거부하고 전통(권위주의와 집단주의)을 미화하는 전근대 세력이다.

3. 우파도 카리스마에 의한 권위주의 통치를 좋아하기로는 좌파나 다를 게 없는 전근대 수준이다.

4. 한국 우파의 과제는 자유민주공화국을 지키고 개선하기 위해 근대화와 민주화 정신을 포괄하는 ‘사회문화적 근대화’를 선도하는 것이다.

라고 설파하고 있고, 나는 이 네 가지 포인트에 모두 공감하는 바이며. 내가 번역한 브라질 소설과 비교하느라 황석영 소설을 읽어본 소감은, 식민지 경험을 부정하면서 근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과거와 전통과 전근대 농촌 공동체를 이상화하고 미화하는 좌파적 관점의 대표작이 바로 이 ‘철도원 삼대’다.

소설 초반부에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악마화하는, “왜놈들이 철도 놓으면서 갖은 악행을 저질렀”고, 난폭한 일본인 감독자들이 “칼과 총으로 무장하고 조선인 노동자를 소나 개처럼 부렸”고, “칼이나 총은 물론이고 작업 도구로 조선인 인부들을 때려죽이기도 했”다는 식의 묘사가 강박적으로 계속 등장한다.

“철도가 놓이면서 강제로 땅을 빼앗기고, 부역에 끌려나와 고생하고, 가족이나 친척이 살해당한 조선 백성들은 전국 곳곳에서 열차 운행과 철도공사를 끈질기게 방해하기 시작했다”는 이 서술은, ‘식민지와 근대화를 함께 거부하는 민중의 저항’이 대한민국 역사의 동력이라고 보는 관점을 드러낸다.

우리 세대는 70년대와 80년대를 거쳐 이런 ‘철도원 삼대’식 역사 교육을 받고 자랐다. 이제는 이런 역사 교육과 관점이야말로 극복되어야 할 시간이다.

옆 나라와의 불행했던 과거를 부정하기 위해 그보다 더 불행했던 그 이전의 전근대 공동체를 이상향으로 미화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지.

식민지와 전쟁을 거치고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위대한 성장 동력과 잠재력의 불씨가 꺼지지 않게 지키려면 그래야 한다.

#부커상, #철도원삼대, #황석영부커상후보,#최범문학평론가, #문제는근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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