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 태반이 찜하는 나라 일본. 가까운 비행시간에 엔저 현상까지 보태져 부담 없이 가볼 만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2의 도시 오사카는 한국인들에게는 친숙하게 여겨지는 곳이다. 에도시대 때부터 오사카 항을 중심으로 주변 국가와 활발히 거래하며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한 이 항구도시는 오코노미야키, 타코야키, 쿠시카츠(꼬치요리)의 원조 도시이자 다양한 먹거리를 실컷 맛볼 수 있는 ‘먹방’의 거점이자 난바와 우메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쇼핑 천국’이다.

5월이 가기 전 시도한 오사카 여행에서 숙소는 극과 극을 선택했다. 첫날은 오후 비행기를 이용해 도착하기에 가성비 있는 캡슐 호텔을, 남은 일정인 2박은 요즘 현지에서 뜨고 있는 호시노 리조트의 도시 관광호텔 OMO7 오사카(이하 오모7)를 예약했다.

오사카의 대표 번화가인 도톤보리 인근에 소재한 캡슐 호텔은 특급 고속열차 라피트 하차 역인 난바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초행 길이고 구글 맵으로 찾아가는데 다소 시행착오를 겪어 20분이나 걸렸다.

호텔값 비싼 일본에서 1박에 2만원대에 저렴하게 묵을 수 있으니 가성비 면에선 최고다. 호텔에 머무는 시간이 짧을 때,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을 경우 이용하기 괜찮다.

1~2층에 걸쳐 도열한 캡슐 내에는 침구를 비롯해 소형 TV 모니터와 휴대폰 충전용 전원, 조명이 설치돼 수면을 취하는데 무리가 없다. 숙소에는 꽤 큰 면적의 대욕탕, 비디오룸, 만화방, 식당, 흡연실 등 공용 공간이 마련돼 시간 보내기에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캡슐 호텔은 번화가에 위치해 편하게 관광이나 나들이 다녀오기에 편리하다. 

이날 오후 5시가 훌쩍 지나 체크인한 뒤 대행 캐리어는 접수 데스크에 보관하고 백팩은 개인 라커에 쑤셔넣은 뒤 도톤보리 일대를 돌아다니다 식당과 이자카야를 들른 뒤 저녁 느즈막히 들어와 24시간 운영하는 대욕탕에서 온천욕으로 여독을 씻어냈다. 작게나마 노천탕도 있어 저녁 찬바람을 맞으며 찰나의 여유를 즐기기까지 했다. 이후 캡슐로 기어들어가 순식간에 잠길로 들어갔다.

의외인 것은 이곳에는 해외 관광객 못지 않게 현지인들이 많았다는 점. 젊은 직장인부터 중장년층 남성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과거 국내에도 많았던 저렴한 여관, 모텔 이용객과 비슷한 부류일까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에 숙소 내 식당에서 소박한 일본 정식으로 아침을 해결한 뒤 체크아웃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카카오택시를 이용해 두번째 숙소(오모7)로 이동했다.

오모7으로 가려면 빨간색 미도스지선을 탑승할 경우 난바에서 아래로 2정거장인 도부츠엔마에역에서 하차해서 4~5분 정도 걸으면 되고, JR라인을 이용할 경우 신이마미야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덴노지, 신세카이와 맞닿은 신이마미야역에는 특급 고속열차인 난카이선 라피트 정거장도 있기에 간사이 공항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일본 호시노 리조트는 럭셔리 호텔 브랜드 호시노야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한국에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도시관광 호텔’을 콘셉트로 2018년 론칭한 브랜드가 ‘오모’다. 여유와 쉼에 초점을 둔 호시노 리조트의 기존 브랜드(호시노야·카이·리조나레 등)와는 결이 다르다. 

사진=호시노 리조트
사진=호시노 리조트

오모는 여행자가 지역 중심부에서 도시의 매력을 탐험하고, 현지인의 감성이 깃든 공간들을 만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돕는다. 호텔에서 잘 머무는 것은 물론 투어 가이드를 자처하고 있다. 즉 비즈니스 호텔의 가성비와 럭셔리 호텔의 문화적 경험을 두루 겸비한 로컬 숙소라고 정리할 수 있다.

오모의 대표 콘텐츠인 ‘고킨조 지도(Go-KINJO Map)’와 로컬 투어 ‘오모레인저(OMO Ranger)’를 통해 브랜드의 지향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호텔 로비에 자리한 대형 고킨조 지도에는 로컬 명소와 호텔 스태프의 사심이 담긴 가게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현재 오사카, 교토 기온, 삿포로 스스키노, 오타루, 도쿄 아사쿠사, 오키나와 나하 등에서 총 17개의 오모를 만날 수 있다. 오모 내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뒤에 붙는 숫자(3·5·7·에어포트 호텔)가 포인트다.

숫자가 커질수록 서비스 범위가 넓어지고, 분위기도 다르다. 오모3는 베이직, 5는 부티크, 7은 풀 서비스 호텔로 구분된다. 여행 목적과 취향에 맞춰 오모를 하나씩 경험하면 일본의 진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는 화장품 공장이었던 곳을 리모델링한 호텔 1층의 휑한 공간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초입부터 오사카 바이브가 가득하다. 타코야끼 모양의 벽화가 장식된 입구를 지나 내부로 들어오면 메인 로비와 오사카의 정원이 나타난다.

호텔부터 역 앞까지 펼쳐진 언덕 모양의 정원 ‘미야그린(Miya-green)’이 통창으로 여행자에게 인사한다. 곳곳에 테이블과 의자, 벤치가 마련돼 있고, 오밀조밀한 계단길과 하얀색 자갈길이 굽이굽이 이어져 산책할 맛이 난다. 

미야그린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고, 맥주 시음과 산책 등이 가능하다. 또 다른 쉼터는 로비 내 미니 도서관. 츠텐카쿠와 문어, 호랑이 등 오사카의 상징물로 장식된 공간으로 책을 읽거나 널찍한 작업용 데스크에서 업무를 보거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이곳에는 셀프 어메니티 섹션이 마련돼 있어 룸에서 사용할 일본 전통 실내 가운부터 면도기, 칫솔&치약,  빗 등 욕실 일회용품을 투숙객이 필요한 만큼 알아서 가져가도록 해놨다.

오사카 여행에서 먹고 마시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OMO7 오사카에서도 마찬가지. 호텔 1층 다이닝 공간에서는 상자초밥과 쿠시카츠, 오사카의 식재료로 만든 식사와 타코야키 형태의 케이크 등 로컬을 담은 맛들이 기다리고 있다. 카페테리아에서는 오사카 지역 맥주도 구매할 수 있다. 

조식은 뷔페와 5종의 브레드 세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2가지로 운영되며 석식은 오사카 전통 식재료와 요리를 활용한 파인 다이닝 코스 요리가 제공된다.

1인당 약 17만원 정도로 가격대가 만만치 않으나 어느 호텔에서나 제공되는 뻔한 뷔페 대신 차별화된 파인 다이닝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서빙하는 스태프가 코스가 나올 때마다 영어로 식재료 및 요리의 유래를 상세히 설명해주고, 제대로 먹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접시에 올려진 알록달록한 색감이 미각에 앞서 눈을 먼저 즐겁게 해주며 장인의 손맛이 절로 느껴지는 정성 가득한 음식이 입을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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