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극장으로⑤] 부천 소극장 극예술공간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데일리안DB
“인구밀도 대비 턱없이 부족한 공연장, 부천에도 예술 향유할 공간 필요”

부천시는 전국 자치시 중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들이 공연을 볼 수 있는 공연장은 타지역과 비교해 인구대비 턱없이 부족하다. 꼭 부천에만 한정 지을 것이 아니라, 업계에서는 서울과 지근거리에 자리한 경기도권의 경우 인구대비 공연장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아왔다. 가까운 서울에서 할 수 있는 공연을 ‘굳이’ 경기도에서 할 필요가 있냐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지리적 이점과 교통편의가 가져온 일종의 부작용인 셈이다.

부천에서 연극을 시작했다는 김예기 얘기씨어터컴퍼니 대표는 “지역에도 예술을 향유할 공간이 필요하다”며 부천 심곡천 인근에 소극장 극예술공간을 차렸다. 물론 김 대표가 이끄는 극단의 지속적인 공연을 위한 공간의 필요성을 일찌감치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1999년 ‘열무’라는 이름으로 처음 극단을 창단했고, 2015년 얘기씨어터로 극단 이름을 변경하고 재도약했다. 지역과 역사적 이야기를 무대에 올려왔다.

ⓒ얘기씨어터컴퍼니

극단이 안정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공연할 공간, 지역의 문화 향유 공간이라는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을 찾던 중 김 대표는 지난 2016년 소극장 극예술공간을 개관, 올해로 8년차를 맞았다. 음식점, 건축사무실 등이 들어선 3층짜리 오래된 건물의 지하 1층에 마련된 소극장 극예술공간은 건물 자체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동시에, 이곳을 스쳐간 사람들의 따뜻한 호흡이 묻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는 “(공연으로)번 수익을 소극장 유지에 쏟아붓는 식”이라면서도 김 대표가 공간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김 대표에 따르면, 소극장이 밀집한 서울 대학로 지역에선 소위 ‘아무것도 안 해도 월 평균 500만원 이상이 나간다’고 말한다. 그나마 극예술공간은 지역에 위치한 덕에 딱 절반 수준이 돈이 든다는 설명이다. 말이 ‘절반’이지 이 역시도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이에 김 대표는 “고집스럽게 나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한 ‘극단만을 위한 극장’보다는 대안공간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극장으로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극예술공간은 극단의 기획공연은 물론 지역의 아마추어 연극인들, 개인음악회 등을 비롯해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기획공연과 대관공연의 비율은 얼추 절반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얘기씨어터컴퍼니
25년간 꺾이지 않은 연극 사랑, 극예술공간을 지켜내는 원동력

김 대표가 연극을 시작한지도 벌써 25년이다. 누군가는 연극을 ‘재미없다’ ‘고루하다’ ‘어렵다’고, 소극장을 두고 ‘낡았다’ ‘협소하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김 대표에게 연극은 삶의 일부였고 극장은 그 삶을 실현하는 무대였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틀린 얘긴 아니죠. 이 시대에 순수예술을 한다는 것을 무모하다고 할 순 있을 것 같아요. 이미 그 정서가 아닌데, 그걸 붙잡고 있는 거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요. 실제로 일을 만들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극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연극과 극장이 갖는 의미가 김 대표 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예술가들에게 소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함은 남다르다. 어떤 예술가든 자신의 생각을 발현시켰을 때, 비로소 그것이 예술 행위가 된다. 그래서 연극을 ‘연출 예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배우들 역시 가까운 거리에서 관객과 호흡하고, 관객 역시 배우의 연기를 심도 있게 받아들이고 함께 고민한다.

ⓒ얘기씨어터컴퍼니

“배우의 언어와 행위로 실현이 되는 연출 예술이 바로 연극이죠. 연출가들이 자신의 생각을 무대에 실현시켜야 하는데 공간이 없으면 그것 자체가 불가능하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소극장의 필요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김 대표는 자살예방연극 ‘옥상 위 달빛이 머무는 자리’, 우편배달부 3대의 이야기 ‘우정만리’ 등을 극단과 극장 운영 철학,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레퍼토리 작품으로 꼽았다.

“일단은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웃음). 그래야 다음 것들이 가능해지겠죠. 따지고 보면 연극은 인간 존재의 심연을 파헤치는 직업인 것 같아요. 그로 인해 본질을 깨닫고, 함께 탐구하고, 조금 더 완성된 인간 모델을 전파하고,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는 거죠. 그걸 해낼 수 있는 공간이 이 극장이 되길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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