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의 서거 직전 마지막 1년을 그린 뮤지컬 ‘영웅’이 더 커진 스케일로, 더 깊어진 여운을 안길 준비를 마쳤다. 2009년 10월 26일 초연 이후, 올해 15주년을 맞은 만큼 제작진과 배우들은 “역대급 시즌”을 자신했다.

윤홍선 프로듀서는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 참석해 “매 시즌 대규모였지만, 이번은 정말 역대급 대규모 시즌이 될 것”이라며 “15주년 공연은 더 깊이감 있는 뮤지컬 ‘영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5년 동안 함께한 배우들,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 오케스트라와 함께 역사적 깊이와 감정의 폭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독립운동가 안중근 역은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이 연기한다. 특히 정성화는 2009년 초연부터 현재까지 15년 동안 이 역할로 7개 시즌에 걸쳐 무대에 올랐고, 지난 2022년에 개봉한 영화 ‘영웅’에서도 안중근 역을 맡았다.

정성화는 “만듦새가 좋지 않은 공연은 절대 15년을 할 수 없다. 그만큼 ‘영웅’은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며 “그런 작품에 승선해서 같이 순항할 수 있었던 건 배우로서도 굉장한 영광”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15년 전 첫 공연을 꼽으면서 “‘누가 죄인인가’ 넘버를 마친 이후 관객의 함성을 잊을 수가 없다. 잠깐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큰 함성이었다. 난생 처음 들어본 소리이기도 했는데 이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미국 링컨센터에서 공연한 날도 기억난다. 리허설 시간이 부족했고 체력적으로 지쳤는데 백발인 미국인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공연하고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는 것 자체가 크고 신선한 경험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양준모는 안중근의 ‘인간적인’면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그는 “초연 때 정성화 선배님의 공연을 봤는데 꺽꺽 대면서 울었다. 2막을 보고 나서는 충격적인 작품을 본 것 같아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받은 감동을 관객들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안중근이 영웅으로 묘사되긴 하지만, 영웅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수많은 고통과 슬픔, 나약한 인간의 모습, 어머니 앞에서는 아기 같은 모습 등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2022년 개봉한 영화 ‘영웅’에서 교도관 치바를 연기했던 일본인 배우 노지마 나오토도 이번 뮤지컬 ‘영웅’의 치바 역으로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웅’이 초연한 이후 일본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 건 처음이다.

노지마 나오토는 “‘영웅’은 픽션이 아니라 사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인 만큼, 뮤지컬을 하고 싶어서 역사를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치바 선생님과 안중근 선생님 이야기가 많이 없었다. 책 하나가 있는데 그 책을 보면서 공부를 많이 하고 오디션에 갔다. 연기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서 이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는 “(노지마 나오토가)치바를 모신 사당에 직접 가서 그분을 뵙기도 하고 안중근 의사를 모신 사당에도 가면서 치바의 마음이 무엇인지 평소에 많이 궁금해했다고 한다. 그러다 이 작품을 알게 되고 영화에도 참여하고 공연에도 참여하고 싶어 직접 대표님들을 만났다. 본인의 의지가 많이 담긴 캐스팅이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안중근과 대립하는 제국주의의 심장 이토 히로부미 역에는 김도형·서영주·이정열·최민철, 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로 뜨거운 조국애를 가진 인물 선의 역에는 유리아·정재은·솔지, 푸근하고 의리 있는 안중근의 친구 왕웨이 역에는 왕시명·방보용, 독립군과 안중근을 돕는 밝고 쾌활한 소녀 링링 역은 오윤서·최유정(위키미키)이 출연한다.

‘역대급’ 시즌을 예고하면서도 한아름 작가는 “대규모 프로덕션이 꾸려졌지만 초연과 같은 마음으로 임했다. 더 무겁거나, 막중한 마음에 시달리지 않았다. 늘 해왔던 것처럼 올해도 다치는 사람 없이 관객들에게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관객들도 그에 상응하는 감정을 받고 갔으면 좋겠다”면서 “6월의 호국의 날이니 가족들 많이 오셔서 15주년 된 ‘영웅’, 성장한 ‘영웅’ 봐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8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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