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음식을 똑같이 먹어도 누구는 살이 찌고 누구는 살이 찌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그 사람이 가진 ‘장내 세균총’이 어떤 것이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뚱보균’, ‘날씬균’

전자는 살이 찌기 쉬운 균, 후자는 비만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균을 말한다. 대표적인 뚱보균으로는 ‘퍼미큐테스(Firmicutes)’이 날씬균에는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가 있다. 이와 함께 살 빼는 균으로 자주 소개되는 ‘아커만시아균(Akkermansia muciniphila)’도 날씬균에 속한다.

이 중 아커만시아균은 서양인, 특히 유럽인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균으로, 2021년에는 저온 살균한 아커만시아균이 유럽식품안전청(EFSA)으로부터 비만을 조절하는 ‘식용균’으로 승인받았다.

아쉽게도 동양인의 경우 이 아커만시아균이 장내 세균 중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원래 장내에 있는 균이라면 식습관을 개선시켜 늘릴 수 있지만, 없는 균을 정착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커만시아균의 보유율이 높은 서양인에게 마른 사람이 많고, 보유율이 낮은 동양인에게 뚱뚱한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아니다. 즉, 아커만시아균은 체질을 특징짓는 균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당 균이 적거나 없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전혀 없다. 

한국인에겐 ‘블라우티아 웩슬러레’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인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장내 미생물 중 새로운 유용균으로 꼽히는 미생물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블라우티아 속의 블라우티아 웩슬러레(Blautia wexlerae) 종이다. 

최근 비만과 당뇨병의 증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과식이나 운동 부족 등 생활습관적 요인 외에도 장내 세균의 관여가 거론되고 있다. 

이에 장내 세균과 비만 및 당뇨병과의 연관성에 대해 인간을 대상으로 데이터 분석을 실시한 결과, 블라우티아와 비만 및 당뇨병 위험과 ‘역상관’, 즉 비만 및 당뇨병 위험이 낮은 사람일수록 블라우티아가 많다는 결과를 얻었다.

‘항비만’, ‘항당뇨’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고지방식을 먹여 살을 찌운 쥐에게 블라우티아균을 섭취하게 한 결과, 내장지방 축적과 체중 증가가 억제됐다. 또한, 고지방식을 먹인 쥐는 당뇨병 증상을 보였으나, 블라우티아와 함께 섭취한 쥐는 당뇨병 증상도 개선됐다.

또한, 블라우티아균은 오르니틴, S-아데노실메티오닌, 아세틸콜린 등 신진대사 촉진 작용과 염증 억제 효과가 있는 물질을 만드는 것도 확인했다.

사람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은 앞으로 진행되어야 하지만, 해당 결과를 통해 블라우티아균이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예방하고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날씬균의 진짜 의미

일반적으로 ‘날씬균’이라고 하면 체중이나 체지방이 급격히 줄어드는 효과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고지방식 쥐에게 블라우티아균을 섭취시키면 살이 잘 찌지 않는 반면, 일반식 쥐에게 블라우티아균을 먹여도 체중 변화 등의 효과가 없었다. 즉, 블라우티아균은 지방이 잘 붙지 않는 균 또는 살이 잘 찌지 않는 균이라고 할 수 있다. 비만을 예방하고 개선해 건강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하지만 주의도 필요하다. 블라우티아균의 비율이 장내 세균의 1% 정도면 BMI가 높은 사람도 있고, 6% 이상이면 BMI가 표준체형이나 마른 체형으로 분류되는 사람의 비율이 크게 높아진다. 즉, 블라우티아균이 있으니 괜찮다고 안심해서는 안 되며,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은 자신의 식습관을 점검하고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것이다. 어떤 특정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섭취 영양의 균형을 확인하여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줄이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는 것이다. 

또한, 블라우티아균은 앞서 언급한 대사 촉진 작용을 하는 아미노산을 만들어 ‘날씬균’으로서 우리 몸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단쇄지방산인 아세트산을 비롯해 젖산과 숙신산, 그리고 난소화성 전분인 아밀로펙틴도 만들어낸다. 게다가 다른 유용균과 협동하여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비피더스 많이 먹자

최근 연구에 따르면, 블라우티아와 비피더스균은 서로 궁합이 잘 맞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피더스균이 모유 속 올리고당에서 생성하는 유당과 푸코스는 블라우티아균이 좋아하는 성분으로, 결과적으로 블라우티아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효과까지 고려하면 비피더스균, 유산균 등 요거트에 사용되는 균과 함께 블라우티아균도 장 건강에 필수적인 새로운 유용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건강한 식단은 5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칼슘, 철분 등)을 중심으로 단순히 균형을 맞추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섭취하는 대부분의 탄수화물은 당질과 식이섬유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가장 많이 섭취하는 흰 쌀밥은 대부분이 당질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보리나 잡곡 등을 첨가하거나, 밥을 식혀 난소화성 전분을 증가시킨 상태로 먹는 것이 장내 세균의 먹이를 늘리는 방법이다.

장내 세균 중에는 인간이 소화할 수 없는 것을 좋아하는 세균도 많다. 장내에는 다양한 균이 있지만, 우리가 먹이를 주지 않으면 활성화되지 않는다.

또한, 균은 단독으로 모든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분업화 되어 일을 처리한다. 균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균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식이섬유뿐만 아니라 식단 전체의 영양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하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장내 세균의 역할이나 효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지 못하더라도 장내 환경을 개선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균형 잡힌 식단과 마찬가지로 평소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비피더스균이나 유산균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장내 환경을 지키고 개선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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