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DalDal

파리의 공원들

뤽상부르 공원, 튈르리 정원, 보주 광장

with 파리 길거리 음식

ⓒ Google Maps

파리는 걷고, 쉬고, 머무르며 사색하기에 좋은 곳이다. 숙소가 어디에 있건 걸어서 갈 수 있는 공원이 있다. 도시 안에 속한 크고 작은 공원들 중 파리 시민들과 방문객들에게 사랑받는 몇 곳에 들렀다. 여행 가방에 책 한 권쯤 챙겨 다니는 분들이라면 주저 없이 이곳으로 가보자.

아, 그리고 가는 길에 파리의 길거리 음식 하나쯤 챙겨가는 센스 놓치지 말기:)

뤽상부르 공원

Le Jardin du Luxembourg

서기 1600년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 출신인 마리 드 메디치(Marie de Medici)는 앙리 4세와 결혼하면서 프랑스의 왕비가 됐다. 앙리 4세가 세상을 떠난 뒤 루브르 궁에서 하루하루 생기를 잃어가던 마리를 위해 아들 루이 13세는 뤽상부르 공작의 저택과 토지를 사들였다.

(좌) 피티 궁전 Italia, Firenze│(우) 뤽상부르 궁전 France, Paris

그곳에 어머니의 고향인 이탈리아 피렌체의 피티 궁전(좌측 사진)을 모델로 삼아 새로운 궁전을 짓기 시작했고, 현재의 뤽상부르 궁전(우측 사진)이 되었다. 마리 드 메디치가 이곳에서 행복한 여생을 보냈으면 좋았으련만.. 권력 암투에서 밀려 결국 추방되었다는 슬픈 역사가 어려있다. 궁전의 주인공은 이곳에 머무르지 못했다. 유배하던 독일 쾰른에서 어머니가 사망한 뒤 궁전의 소유권을 갖게 된 국왕 루이 13세는 정원을 부분적으로 국민들에게 개방했다.

이후 오랫동안 왕실 거주지로 사용되던 궁전은 현재 프랑스 상원 의사당으로 쓰이고 있다. 내부는 특별 전시가 있을 때에만 공개된다고 한다.

뤽상부르 공원은 파리의 6구 생제르맹데프레에 속해있다. 대학교가 있는 5구 라탱지구에서도 가까워 학생들이나 가족단위의 나들이 방문객이 많이 찾는다. 공원 이곳저곳에서 기체조나 태극권, 필라테스, 줄넘기, 개인 PT 등 삼삼오오 모여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그런 활동 모임의 중추적인 공간으로 쓰이나 보다.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감히 카메라를 들이밀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건 참을 수 없지. 고요하게 앉아 오롯이 책의 세계에 빠져있는 사람의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특히 백발의 할부지 할머니라면 더더욱..♡

파리 공원의 상징인 초록색 의자

종류는 세 가지다. 일반, 팔걸이, 눕는 의자

뤽상부르 궁전 앞의 연못을 중심으로 양옆에 프랑스식 정원과 영국식 정원이 펼쳐진다. 프랑스식은 자로 잰 듯 철저하게 정리하고 가꾼다면, 영국식은 무심한 듯 자연과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시간에 쫓기는 여행을 하지 않는다. 하루의 일정을 최소한으로 잡아두고 되도록 정적인 것에 주어진 시간을 소비하는 게 남는 장사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장소, 더 많은 경험을 하는 여행보다 한자리에서 지긋이 마음에 머금던 것들이 결국엔 여행 끝에 남더라.

아름다운 궁전도 연못도 공사 중이었지만 더 이상 개의치 않았다. 그냥 여기에 앉아있던 시간이 좋았다. 할 수만 있다면 하루 종일 앉아 사람 구경만 해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되도록 뤽상부르 공원은 5월 이후에 찾는 게 좋겠다. 3월의 앙상했던 가지에 찬란한 초록이 소생하면 세상 아름다운 무공해 벽이 만들어진다. 잔디에 아무렇게나 철푸덕 누워 바라보는 하늘은 또 어떤 벅찬 느낌일까.

잔디에 정성스레 심어놓은 꽃들을 오리들이 실시간으로 즈려밟으며 뜯어먹는 걸 구경하다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라탱지구 케밥 맛집

Maison de Gyros

Open. 11:30-24:30

파리에 있는 파리바게뜨 ^^

우리가 아는 그 빵집이지만 상품은 현지화되어 있다.

그래도 내부에 파리 사람들이 그득한 걸 보고

인정받고 있는듯해 괜히 뿌듯뿌듯~

다음 장소로 이동하면서 라탱지구에 들렀다. 파리바게뜨가 있는 주변 골목은 여느 대학가처럼 저렴한 맛집들이 많이 있다. 특히 케밥 가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파리에서는 매년 자체적인 케밥 맛집 순위를 매길 정도로 케밥에 진심이라고 한다. 어느 가게가 제일 맛있는 집인 줄은 모르겠지만 마음에 이끌려 방문했던 집이 맛도 괜찮아서 소개해 보려 한다.

메종 드 자이로스 Maison de Gylos

고기는 양고기, 소고기, 치킨 세 가지에서 고르고 빵도 오리엔탈, 피타, 바게트 중에 선택하면 된다. 그 외의 내용물은 동일하다. 감자튀김과 야채, 약간의 소스가 들어간다. 혼자 먹기엔 넘칠 만큼 양이 푸짐하고 무엇보다 가격이 5유로라서 행복했다. 얼마 안 돼 저녁 먹을 시간이라 하나만 사서 노나먹기로 했다.

피타 빵 + 치킨 케밥

그렇게 우리는 공원에서 다시 공원으로 도착한다:) 아직은 매서운 바람에 몸을 웅크리며 한입씩 베어먹는 케밥은 꿀맛!

튈르리 정원

Jardin des Tuileries

2014년 여름, 2016년 가을,

2023년 초봄의 사진이 섞여있다.

파리의 공원이나 정원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튈르리가 아닐는지. 파리 정원계의 국민 스타급 튈르리는 인지도면에서 1위, 접근성에서도 단연 1위다. 파리로 여행 온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은 지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루브르와 콩코르드 광장 사이로 길게 형성된 정원은 어느 계절에 닿아도 일광욕을 즐기는 남녀노소로 가득하다.

카루젤 개선문 Arc de Triomphe dy Carrousel

루브르에서 길을 건너 카루젤 개선문을 지나면 튈르리 정원의 시작이다. 1563년 앙리 2세의 왕비였던 카테리나 드 메디치(Caterina de Medici)가 이곳에 튈르리 궁전과 이탈리아식 정원을 꾸미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루이 14세의 수석 정원사가 프랑스식 정원으로 개조했다. 17세기에 이르러 왕실 정원으로는 유럽 최초로 시민들에게 공개되었다.

본래 튈르리 궁전은 정원 한쪽에서 루브르 궁전까지 이어져 있었으나, 1871년 파리 코뮌(시민과 노동자들의 봉기)때 화재로 소실되었다. 그래도 아름다운 정원만은 지금까지 남아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매년 여름엔 정원 한편에 관람차, 회전그네, 슬라이드, 범퍼카 등 놀이기구를 설치해 작은 테마파크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튈르리의 주된 기능은 시그니처 초록 의자에 몸을 기대고 사람들과 빙 둘러앉아 분수 미스트를 맞으며 멍 때리는 시간에 발동한다. 그래, 내가 이러려고 파리에 왔지.

2014. 8월 달군의 첫 파리 여행

2016. 10월 달양의 첫 파리 여행

(발 올렸던 의자는 사용 후 깨끗이 닦았습니다)

Self Service Tuileries에서 포장해 온 파니니와 함께

그리고 2023년 3월

다시 돌아온 우리

비록 날씨는 우중충하고 쌀쌀했지만

튈르리만이 지니고 있는 낭만은 여전했다.

보주 광장

Place des Vosges

1605년 앙리 4세가 건축을 지시하고 1612년 루이 13세의 약혼식을 기념해 완공된 왕실 광장이다. 한 면에 9채씩, 36개의 오텔로 둘러싸인 보주 광장은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이기도 하다. 이곳에 왕과 왕비의 저택이 있었고, 부자와 유명 인사들이 속속 이주하면서 마레지구는 파리 최고의 부촌이 되었다.

보주 광장의 아름다움과 함께 미각을 일깨울 간식은 이 구역의 오래된 강자 팔라펠이다. 병아리콩과 누에콩을 갈아 만든 동그란 튀김 팔라펠을 얇고 넓적하게 구운 피타(Pitta)에 넣어 잘게 자른 채소와 요구르트 소스를 얹어 먹는 ‘중동식 타코’다.

마레지구 팔라펠 맛집

L’As du Fallafel

Open. 11:00-23:00

토요일 휴무

파리 내에서 유대인이 많이 거주한다는 마레지구에는 팔라펠 가게가 많이 있지만 유독 이곳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1979년 문을 연 이후로 파리 시민과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라 뒤 팔라펠’이다.

줄은 포장과 내부 식사줄로 나뉜다. 포장은 먼저 계산을 한 뒤 차례가 됐을 때 주문서를 보여주면 바로 만들어 주신다. 가장 인기 있는 건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팔라펠 스페셜(Sandwichs Pitas)이다. 포장은 9유로, 내부에서 식사하면 2~3유로의 자릿세가 붙는다.

크기가 묵직하고 내용물이 알차서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팔라펠의 고소함과 채소+소스의 상큼함이 더해져 건강해지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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