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원짜리까지 시재(은행에 수납된 돈)를 맞추는데, 수백억원 횡령이 어떻게 안 들킬 수 있는지 황당하다.”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560억원의 횡령 등 연이은 금융사고에 일선에서 근무하는 은행원들이 허탈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평소에 일 잘한다고 평가받던 직원이 거액의 횡령범으로 드러나자 배신감까지 내비치는 경우도 있다. 일부에서는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라 추가 횡령이 확인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은행권에서 578억원 규모의 임직원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자산운용사로 범위를 넓히면 올해 1~7월 금융권에서 약 593억원의 횡령사고가 적발됐다.

지난해에는 금융권에서 100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있었다. 우리은행(713억원), 농협조합(110억원), 모아저축은행(59억원) 등에서 대규모 횡령사고가 벌어졌다. 2018년 113억원이었던 금융권 횡령액은 △2019년 132억원 △2020년 177억원 △2021년 261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횡령 소식을 접한 일선 은행원들은 힘이 빠진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원은 “매일 시재를 맞추고, 매달 감사까지 받는데 어떻게 수백억원을 횡령하는지 모르겠다”며 “어렵게 쌓아 올린 고객의 신뢰를 이런 식으로 한 번에 잃으면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경남은행에서 횡령을 저지른 이모씨는 15년 넘게 경남은행에서 부동산PF 업무를 담당했다. 평소에 업무 성과가 좋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은 직원으로 전해진다. 검찰 조사 등으로 횡령 정황이 발견되기(지난 4월)까지 해당 부서에서 근무했다. 검찰은 개인비리 혐의로 내사를 진행 중이었다.

2016년 8월부터 시작된 횡령·유용을 은행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이씨는 PF 대출자금을 가족 계좌 등으로 빼돌린 것뿐만 아니라 PF대출 상환자금(158억원)을 상환처리하지 않고,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하기까지 했다. 여러 PF대출을 혼자서 돌려막기 한 정황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유용까지 한 것은 대출부터 상환까지 PF대출 관련 업무를 사실상 혼자 처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PF대출은 시행사와 시공사까지 얽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오랜 기간 안 들킬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씨가 관리했던 다른 PF사업장의 대출자금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횡령 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발생한 우리은행 횡령도 614억원의 규모로 처음 적발됐지만 횡령규모가 707억원까지 늘었다.

향후 횡령 자금 회수 여부도 불투명하다. 경남은행은 횡령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범행이 장기간 이뤄졌다는 점에서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발생한 횡령 사고 중 634억원을 회수가능여부가 불확실하다고 판단, 손실처리했다.

금감원은 최대한 신속하게 검사를 진행해 정확한 사실관계와 사고발생 경위 등을 파악하고, 위법·부당사항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계획이다. 또 전 금융권에 PF 관련 긴급 점검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은행 안팎으로 이씨의 횡령을 도운 조력자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이씨의 거주지 등 동시에 10여곳을 압수수색한 이유다. 이씨는 지난달 대기발령을 받은 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로 검찰은 출국금지를 신청하고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은 이날 긴급 그룹 전 계열사 경영진 회의를 열고 “현재 진행 중인 감독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그룹 전 계열사의 내부통제 프로세스 전반을 원점에서 재점검하는 등 빠른 시일 내에 근본적인 쇄신책을 마련해 고객 신뢰회복과 사태 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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