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아파트는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비공개한다고요? 그럼 공개된 우리 아파트는 뭐가 되나요?”

정부가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293곳에 대한 조사를 예고하며,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대상 아파트와 추후 철근(전단 보강근) 누락이 발견된 아파트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명단이 공개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분양 단지의 일부 입주민들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6일 철근 누락 명단이 공개된 LH 아파트 15곳 중 분양 단지 5곳(수서역세권, 수원당수, 남양주별내, 양산사송, 파주운정3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 명단 공개 방식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입주민은 자신들의 아파트에 대해선 정부와 LH가 어떠한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해 놓고, 민간아파트에 대해선 재산권 침해로 비공개 한다는 것이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수서역세권 단지의 한 입주민은 “민간아파트는 재산권이 있고, 공공분양 아파트는 재산권이 없다는 것이냐”며 “순살 아파트로 낙인찍힌 우리 아파트에 대한 재산권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따졌다.

또 다른 입주민은 “공사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자인 (이한준) LH 사장이 ‘국민의 알권리 차원’을 운운하며 공개한 것도 웃기는데, 민간아파트는 왜 국민의 알권리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명단 공개 과정에 대해서도 불만도 나왔다. 수원당수 단지 입주민은 “공개에 앞서 정부나 LH에서는 입주민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며 “우리 단지가 철근 누락 단지에 포함됐다는 것도 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분양 단지 입주민들은 자신의 아파트가 철근 누락이 심하지 않았음에도 공개된 것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실제로 명단이 공개된 5개 공공분양 아파트 중 남양주 별내를 제외한 4곳의 경우 철근누락은 미미했다. 수서역세권의 경우 무량판 345개 중 미흡개소 5개, 수원당수 무량판 325개 중 미흡개소 9개, 양산사송 무량판 650개 중 미흡개소 7개, 파주운정3 무량판 304개 중 미흡개소 6개 등이다.

수서역세권 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LH 위례사업단에서는 우리 단지의 경우 철근 누락이 미미해 발표에 포함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국토교통부와 이야기를 했었는데 발표가 강행됐다고 한다”며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사건을 키우기 위해 우리 단지가 포함되는 등 정쟁의 희생양이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토부는 오는 9월 말까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293개 민간 아파트 단지를 전수 조사한다고 밝혔다. 단, LH 아파트와 달리 민간 전수조사는 대상 단지와 추후 철근 누락이 발견되는 단지 명단을 발표하지 않을 방침이다.

점검 결과 보수·보강이 필요한 경우 해당 단지를 지은 시공사 비용으로 보수공사를 진행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입주민 재산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중요한 문제인 만큼 국토부는 주민 동의를 전제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낙인 효과 등 이유로 입주민들이 전체적으로 조사에 동의하지 않으면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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