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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이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동반 하락하면서 본격적인 디플레이션(경기 둔화 중 물가 하락) 국면으로 진입했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블룸버그 예상치(0.4% 하락)에 비해서는 낙폭이 작았지만, 전월치(0.0% 상승)에 비해 낙폭이 커지며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중국 CPI가 역성장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식료품 가격이 1.7% 하락했는데, 그 중에서도 돼지고기 가격이 26%나 급락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연료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8% 상승하면서 올해 1월 이후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그나마 희망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또한 이날 발표된 중국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4.4% 하락했다. 이는 전월치(5.4% 하락)에 비해서는 낙폭이 둔화한 것이지만 예상치(4.0% 하락)에 비해서는 낙폭이 커진 것이다. 이로써 PPI는 작년 10월 이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중국 CPI와 PPI가 동반 하락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이에 중국은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하게 됐다.

국가통계국 도시사(司·국)의 둥리쥐언 수석 통계사는 CPI 하락 원인을 역기저 효과로 돌리면서, 일시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년 동기의 비교 지수가 높았던 영향이 컸다”며 “전체적으로 CPI의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중국 경제가 회복하고 시장 수요가 점차 확대하면서 수급의 지속적 개선 및 높은 비교 지수의 영향이 차츰 줄어들면 CPI가 점차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분기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힘입어 경제가 ‘반짝’ 반등했으나 이후 소비자·기업 수요 약화, 부동산 부문 침체 및 수출 부진 등이 겹치면서 경기 동력이 지속적으로 약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발표된 중국 7월 수출입 역시 두자릿수 동반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중국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총체적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상하이 소재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싱자오펑 선임 중국 전략가는 “CPI와 PPI가 전년 동월 대비 모두 하락 국면으로 떨어지면서 경제 디플레이션을 확인시켜줬다”며 “작년에 높았던 비교 지수를 감안할 때 CPI가 하반기 중에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코넬대의 중국 전문가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현재 중국 경제는 성장과 민간 부문 신뢰도 저하의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는 디플레이션 진입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중국 최고위 정책 의결 기관인 중앙정치국은 지난 달 회의에서 부동산·소비 등에 대한 부양 의지를 나타낸 가운데 각 부처와 지방 정부에서 후속 조치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앙 정부 차원의 대규모 부양책은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제가 크게 힘을 받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들이 고조되고 있다.

홍콩 소재 핀포인트 자산 운용의 장즈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시점에서 최근 발표된 정책들이 이른 시일 내에 경제 모멘텀을 반전시킬 수 있을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CPI 디플레이션은 중국 정부가 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적인 부양책을 고려하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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