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공연 도중 동성 멤버와 키스한 영국 밴드가 현지 기획사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12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굿 바이브스’를 주최한 공연기획사가 이 행사에 출연한 영국 밴드 ‘더 1975’를 상대로 1230만 링깃(35억 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기획사 측 변호사는 “출연진은 무대에서 모든 현지 규정과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있다”며 밴드가 계약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더 1975는 지난달 21일 이 행사에서 “동성애를 혐오하는 국가에서는 공연하고 싶지 않다”고 말레이시아 정부의 동성애 규제를 당하게 비난했다. 이 밴드의 멤버인 매튜 힐리는 다른 멤버 로스 맥도널드에게 키스를 하기도 했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말레이시아에서는 동성애는 징역 20년 이상의 중범죄다. 해당 퍼포먼스로 말레이시아 당국은 남은 페스티벌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앞으로 이 밴드의 말레이시아 공연을 불허하기로 했다.

더 1975는 말레이시아를 떠나면서 다음 일정인 인도네시아·대만 공연도 취소했다.

기획사 측 변호사는 더 1975의 행위가 “본질적으로 계약 위반”이라며 “(페스티벌 취소로)생계를 위해 페스티벌에 의존했던 지역 예술가와 소상공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의 LGBT(성 소수자) 탄압은 심각한 수준이다. 말레이시아 내무부는 10일 LGBT 요소가 들어간 스와치 시계를 생산, 수입, 유통, 보유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위반하면 3년 형과 2만링깃(578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으며, 개인이 착용만 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유해하거나 도덕적으로 해로울 수 있는 요소의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해당 시계는 대중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LGBTQ+ 운동을 지지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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