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별세 소식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친상 당시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형식으로 된 조의문을 전달한 바 있다. 다만 애도를 표한 직후 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감행한 바 있는 만큼 북한의 조의는 ‘순수한 애도’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16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북한 관영매체에선 전날 윤 대통령의 부친상에 관해 아무런 언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부모상을 당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첫 사례인 문 전 대통령 모친상 땐 김정은이 직접 조의문을 보내 챙겼다. 당시 김정은의 친서는 ‘친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판문점으로 들고 왔다.

당시에도 이른바 ‘하노이 노 딜’로 남북관계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세 차례나 남북 정상회담을 가진 인연이 조의까지 이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김정은과 직접적인 안면이 없는 데다 남북관계도 당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냉랭해진 만큼 북한이 조의를 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주로 직접적인 인연을 맺은 남한 인사들의 부고에 조의를 표하곤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별세한 지 이틀 만인 2009년 5월25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로 된 조의문을 발표했고, 같은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별세 땐 조문단까지 파견했다. 두 대통령 모두 정상회담 파트너로 김정일과 연을 맺은 사이였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된 이후에도 2019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서거하자 김여정이 직접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한 바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2021년 노태우 전 대통령,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에는 따로 애도를 표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의 조의를 ‘순수한 애도’로 해석하긴 어렵다. 일례로 북한은 2019년 10월31일 청와대가 ‘북한이 전날 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내왔다’고 발표한 지 불과 3시간 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조의문을 보냈다고 발표한 지 4시간 만에 2차 핵실험을 단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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