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카훌루이의 한 교회에서 주민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다. 지난 8일 하와이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최소 93명이 사망하고 약 60억 달러(약 7초9천90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최악의 화재로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사망자만 최소 99명이 나온 가운데,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당시 회상이 공개됐다.

아나 캐롤라이나 페네도(42)는 화재 발생 일주일째인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 중 “엄마와 함께 지옥을 겪었다”며 상황을 증언했다.

지난 8일 페네도는 강풍으로 전기가 끊길 때만 해도 사상 최악의 불이 발생해 곳곳에 옮겨붙고 있는 줄을 몰랐다. 사이렌도 울리지 않았던 탓이다.

페네도는 라하이나 마을 집 앞까지 연기가 밀려오고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는 걸 보고 나서야 상황을 깨달았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황급히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에 갇혀버렸다.

어머니가 “불이 여기까지 왔다”며 소리칠 때, 페네도는 바다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점을 알아차렸다.

대형 산불이 덮친 미국 하와이주 라하이나에서 11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잿더미를 헤매던 고양이를 안고 있다. 이번 산불로 약 2천200채의 주택이 파손된 가운데 이재민들이 미처 데려가지 못한 반려동물 다수가 불길에 남겨졌다. [연합]

페네도는 어머니에게 “엄마, 우리 이제 물에 뛰어들어야 해요”라고 다급히 외쳤다.

결국 둘은 차를 버렸다. 해변을 향해 뛰었다. 이들은 바위 벽을 뛰어넘어 겨우 바다에 다다랐고, 곧장 뛰어들었다. 페네도의 모친은 수영을 할 줄 몰랐지만,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바다에는 이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 그리고 화상을 입은 사람들 등 수십명이 바다에 모여있었다.

69세로 고령인 어머니가 혹시나 심장마비를 겪을까 걱정됐던 페네도는 서로를 붙잡은 채 “최악의 상황은 피했어요”라며 안심시켰다.

미 해안경비대와 소방대가 나타난 건 바다로 뛰어든 지 11시간이 지나서였다.

그래도 이들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불을 피해 뛰어든 바다에서 숨졌다.

페네도는 “갇혔다는 느낌이었다”며 “경고도, 계획도, 대피령도, 당국도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페네도는 가디언에 “외부나 정부에서 도움이 올 것 같지는 않고, 민간 단체나 친구들이 서로를 돕고 있다”며 “지금 모두 어디에 있는가”라고 했다.

13일(현지시간) 산불이 휩쓴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에 ‘관광객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이날 외신은 이재민들이 피서를 즐기는 일부 관광객들을 보며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하이나 카운티 관리들에 따르면 임시 거처가 필요한 이재민이 4천500명에 달한다. [연합]

한편 조시 그린 하와이주지사는 14일 CNN 방송 인터뷰에서 “앞으로 10일에 걸쳐 사망자 수가 2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실화된다면 사망자 수는 200명에 육박할 수 있다.

존 펠레티에 마우이 경찰서장은 전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지금껏 집계된 사망자 99명 중 3명만 신원이 나왔다며 가족에게 통보 후 15일부터 사망자 이름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