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사무관이 초등학교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보낸 편지. /사진제공=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교육부 사무관이 초등학교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보낸 편지. /사진제공=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교육부 사무관이 교사에게 ‘내 자녀에게 왕의 DNA가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갑질한 배경으로 한 사설 아동 뇌 연구소가 지목됐다. 이곳에서는 ADHD(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극우뇌’라고 표현하며 밀가루 등 특정 음식을 먹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모두 근거 없는 내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JTBC 보도에 따르면 한 사설 A 연구소장 김모씨는 ADHD에 걸린 아이들을 ‘우뇌’가 특별히 발달했다고 하며 ‘극우뇌’라고 칭했으나 이는 의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진단 근거가 모자라다 보니 치료법은 더욱 불명확했다.

김씨는 자신의 강의에서 “밀가루 음식이 성정이 차다. 빵, 국수, 피자, 라면, 과자, 이렇게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것은 얘들에게 다 좋다”며 이를 ADHD에 걸린 아이들에게 권했으나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김명현 ADHD 전문 치료 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음식과 당연히 뇌와의 관계가 밝혀진 연구도 없거니와 뇌가 뜨겁기 때문에 그런 걸 먹는다는 건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과학적”이라고 JTBC에 말했다.

또 김씨는 “‘안 돼. 야 하지 마. 그만. 이런 얘기 하면 안 된다. 이런 말은 정말 극우뇌한테 절대 하지 않아야 한다”며 사실상 아무것도 제지하지 말 것을 권했으나 이 역시 전문가의 의견은 달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가 ‘당장 눈앞의 갈등을 회피할 뿐 아이들 상황을 더 나빠지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사설 아동 뇌 연구소장 김씨가 자신의 강의에서 ADHD 아이들에게 밀가루 음식이 좋다고 주장했다. /사진=JTBC 갈무리
한 사설 아동 뇌 연구소장 김씨가 자신의 강의에서 ADHD 아이들에게 밀가루 음식이 좋다고 주장했다. /사진=JTBC 갈무리

수백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낸 후 김씨의 조언을 듣고 직접 실행에 옮긴 학부모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이 학부모는 “너무 많이 허용해 주다 보니까, 그걸 나중에 다잡을 때, 어쨌든 규칙에 맞춰서 사는 연습도 해야 하니 (힘들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A연구소는 2013년 설립돼 서울 마포구에서 운영되다 대전으로 소재지를 옮겼다. 소장 김씨는 2017년부터 ADHD 자폐 관련 책을 꾸준히 냈다. A씨는 책에서 모차르트, 베토벤, 고흐 등 역사적 인물뿐 아니라 유시민 작가, 스티브 잡스 애플 전 CEO(최고경영자), 축구 전 국가대표 이천수 등을 극우뇌형으로 꼽고 제대로 된 양육 방식 덕에 각각의 영역에서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번 사건은 교육부 5급 사무관이 지난해 11월 3학년 자녀의 담임교사 B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직위해제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드러났다.

B씨는 올해 5월 대전지방검찰청으로부터 아동학대와 관련해 ‘혐의없음’을 처분받은 뒤 지난 6월 복직했지만 상당 기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우울 장애로 약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11일 해당 사무관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