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김일혁 씨(오른쪽)가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문제를 주제로 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씨는 회의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을 고발하고 북한 정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AP]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6년 만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공개회의가 열렸다. 북한을 비호해 온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안보리가 다룰 의제가 아니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반대 표명은 하지 않아 회의가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는 탈북민 대학생이 북한 인권 참상을 직접 증언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한국과 미국, 일본, 그리고 알바니아가 공동으로 제출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토의 안건이 채택됐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예상됐으나 반대 표명을 하지 않아 절차 투표 없이 토의가 진행됐다.

절차 투표에서 안건 채택에 필요한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표가 이미 확보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중러는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설립 목적으로 하는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겅솽(耿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안보리가 북한 인권을 고려하도록 압박하는 일은 상황을 완화하기보다 긴장을 고조할 뿐”이라며 “진짜 북한 인권 문제에 신경을 쓴다면 제재를 풀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러시아 차석대사는 “오늘 회의 소집은 미국과 동맹이 역내에서 이뤄지는 그들의 무모한 긴장 고조 행위로부터 주의를 돌리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고조하려는 자기중심적이고 위선적인 시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공개회의에서 폴커 투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와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에서 고문과 강제노동 등 인권탄압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시민사회 대표로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탈북민 김일혁 씨가 나서 북한의 인권 탄압 참상을 증언했다. 김 씨에 따르면 김 씨 가족은 2011년 탈북했는데,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모가 어린 자녀와 헤어진 채 정치범수용소에서 수개월간 고문과 구타를 당했다.

그는 발언을 마무리하며 한국어로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면서 “더 이상 죄짓지 말고, 이제라도 인간다운 행동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북한 사람들도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미국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대사는 “안보리는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 국가 중 하나에 의해 자행된 인권유린 등 많은 인권 침해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다”며 ‘인권 없이 평화를 누릴 수 없다’고 밝혔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와 북핵 문제는 불가분의 연계성이 있다”며 “인권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면 핵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다뤄진 것은 2017년 12월 이후 6년 만이다. 당시에는 중러의 반대 표명으로 절차 투표를 거쳐 공개회의가 개최됐다. 이번 공개회의에서는 이사회 차원의 성명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한미일이 주도해 52개국이 이름을 올린 별도의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은 공개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달 판문점을 통해 무단월북한 주한미군 트레비스 킹이 미국 내에서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을 받았다며 이를 빌미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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