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사우디아라비아 항공 163편 모습. /사진=항공기 사고 기록 보관 홈페이지
사고 후 사우디아라비아 항공 163편 모습. /사진=항공기 사고 기록 보관 홈페이지

공항을 떠난 지 7분. 기체 후미 부분에서 불길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기장 모하메드 카화이터는 비상사태를 알리고 공항으로 기수를 돌려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켰지만, 비행기는 착륙 후에도 계속 이동해 활주로 끝 유도로까지 간 뒤 멈췄다. 비행기 엔진은 계속 돌아가다가 비행기가 정지한 지 3분15초가 흐른 후에야 멈췄다. 실내는 이미 불길에 휩싸인 상태였고 안에 있던 승객 287명, 승무원 14명이 전원 사망했다. 사망자 중에는 한국인 4명도 있었다.

무사 착륙했지만…승객·승무원 ‘전원 사망’

1980년 8월19일 오전 6시32분. 사우디아라비아 항공 163편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칼리드 국제공항을 이륙했다. 기장은 모하메드 카화이터, 부기장은 사미 압둘라 하사닌이었다. 이륙한 지 7분이 지났을 무렵, 기체 후미의 화물 적재 칸에서 연기가 난다는 경보가 울렸다. 기체 가장 후미 쪽에 불길과 연기가 보였고 평화로웠던 기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승객들은 연기를 피해 밀치며 조종실 쪽으로 급히 몰리기 시작했다. 모하메드 기장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공항으로 돌려 비행기를 무사 착륙시켰다. 그러나 착륙 후에도 비행기는 계속 이동해 활주로 끝 유도로(비행장 내에서 항공기가 지상 활주하는 활주로를 제외한 길)까지 간 뒤에야 멈췄다.

당시 비행기 착륙지점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조대는 비행기가 멈춘 곳으로 달려갔다. 비행기가 멈춘 유도로는 착륙 지점에서 4㎞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구조대가 비행기에 도착한 직후에도 주 날개 아래에 달린 엔진 2개가 아직 돌아가고 있어 문을 열 수 없었다. 엔진이 멈춘 건 비행기가 정지한 지 3분15초가 지난 뒤였다.

비행기 외부에선 불길이 보이지 않았지만, 비행기 뒤쪽 창문을 통해 본 실내는 이미 불길이 휘감고 있었다. 엔진은 이미 멈춘 상태였지만 문이 자동식인 탓에 외부에서 즉시 문을 열지 못했다. 엔진이 동작을 그치고 23분이 흐른 후 지상 요원이 기체 오른편 문을 열었지만, 생존자는 없었다. 이 사고로 승객 287명, 승무원 14명이 전원 사망했으며 사망자 중에는 한국인 4명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 탈출시킨다더니…지시 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행기 정지 후 마지막 통신에는 “비상탈출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지만 끝내 탈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이유로 당시 기내 기압이 높고 문이 안으로 당겨 여는 방식이라 승무원들이 문을 열지 못한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으나, FAA(미 연방항공청)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내 압력이 높았던 건 맞지만 문 개방에 영향을 끼칠 만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문을 열지 않은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사고 비행기 승무원들에게 어느 정도 과실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상착륙 시 승무원들이 최대한 빨리 활주로에 정지해 비상탈출을 준비해야 했으나 이 같은 탈출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착륙 후 2분40초가량을 낭비하면서, 활주로에 멈추지 않고 유도로로 빠져나간 뒤에야 탈출하겠다는 교신을 보낸 것도 문제가 됐다.

사고 당시 CVR(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에 따르면 항공 기관사는 회항 중 “착륙 즉시 엔진을 꺼라”고 기장에게 지속해서 얘기했으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승무원이 “착륙 후 비상탈출 시키느냐”고 물었음에도 조종석에선 특별한 승객 탈출 지시가 없었다.

화재는 화물 적재 칸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불길은 객실 바닥을 뚫을 만큼 거셌고, 근처에 앉았던 승객들은 불을 피해 비행기 앞 조종실 쪽으로 몰려들었다. 비행기 잔해물 내에서 휴대용 가스버너 2개와 다 쓴 소화기 1개가 발견됐으나, 명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는 아직 원인 미상의 사고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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