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가면이 지난 4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거리의 한 기념품 가게에 진열돼 있다. 러시아 최고 권력자와 나란히 한 프리고진의 가면이 자국 내 그의 영향력과 위상을 웅변하는 듯하다. 프리고진은 지난 24일 바그너그룹을 이끌고 모스크바로 진격하며 ‘1일 반란’을 일으켜 푸틴의 23년 철권통치를 흔들었다. [AP]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무장반란을 일으켰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탄 전용기가 23일(현지시간) 추락해 전원 사망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이 연이어 ‘의문사’를 맞은 만큼, 이번에도 단순 항공 사고가 아닐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중이다.

이날 러시아 항공당국은 프리고진이 추락한 비행기에 탄 사실을 확인했다.

비행기가 추락한 경위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고를 보고받고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놀랍지 않다”며 “나는 답을 알 만큼 충분히 알지는 못한다.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번 일이 예상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러시아에서 무장반란을 일으켰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국영매체를 통해 “오늘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에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반란이 일어난 지난 23일(현지시간) 바그너그룹이 공개한 비디오 속 프리고진의 모습이다. [AP]

무장반란에 나선 프리고진이 뜻을 접고 벨라루스로 가겠다고 한 후부터 그의 신변이 우려스럽다는 관측은 이어졌다.

그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의 한 호텔에 머물 때, 그 방에 창문이 전혀 없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당시 마크 워너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은 “정말 창문 없는 방에 묵고 있다면 프리고진이 푸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푸틴과 충돌한 많은 러시아인들은 건물에서 불가사의하게 떨어져 사망했다”고 했다.

프리고진이 건물 추락사를 우려해 창문 없는 방에 머물고 있다는 추정이 담긴 말이었다.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1일(현지시간) 아프리카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동영상에서 프리고진은 대원들을 모집하고 있다며 가입 자원자들을 위한 전화번호를 첨부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6월 무장 반란을 일으킨 후 정확한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다. [텔레그램 비디오 캡처]

푸틴 대통령에 반기를 들거나 대립각을 세운 인사들의 의문사는 그간 수차례 발생했다.

이른바 ‘푸틴의 홍차’라는 말을 만들게 한 2006년 6월 ‘홍차 독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한 호텔에서 전 동료가 준 홍차를 마시고 숨진 사건이다. 문제의 찻잔에선 자연 상태에서 있기 힘든 방사성물질인 폴로늄이 검출됐다. 생산·유통·보관이 극도로 어려운 독성 물질이었다.

같은 해 10월7일에는 야권 지도자였던 폴릿콥스카야가 자택으로 가는 계단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 날은 푸틴 대통령의 생일이었다.

2013년에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숨졌다. 이 또한 의문사로 남았다.

2015년에는 보리스 넴초프 전 총리가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지난 9월에는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인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회장이 모스크바 병원에서 추락사했다.

러시아 트베리 지역 쿠젠키노 마을 인근에서 발생한 전용기 추락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가운데 24일(현지시간) 사법 당국 직원이 사고 현장을 경비하고 있다. 항공 당국은 러시아에서 무장반란을 시도했던 용법 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연합]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를 중재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직후 그를 사살하려고 했다.

지난 6월 뉴욕타임스(NYT) 등 보도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 계획을 자신이 말렸다고 설명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당시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 사살 결정을 내렸다고 전하고, 이에 자신이 “나쁜 평화가 어떤 전쟁보다 낫다”며 프리고진 사살을 서두르지 말라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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