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전경. [대법원 제공]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지하철 안전문(스크린도어)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주도한 업체에 ‘1년간 공공기관 입찰자격 제한’ 조치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5부(부장 김순열)는 제조업체 A사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A업체 패소로 판결했다.

A업체는 2015년 12월~2016년 9월까지 서울교통공사가 공고한 스크린도어 관련 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하거나,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스스로 낙찰을 받거나, 다른 회사가 낙찰을 받도록 하는 식이었다. A업체는 총 8회의 담합 행위 중 6회를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적발한 공정거래위원회는 A업체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한 사정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제재를 하진 않았다. 대신 서울교통공사는 공정위 판단과 별개로 A업체에 2021년 3월, ‘1년 2개월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결정했다. 해당 처분에 대해 A업체가 불복 소송을 낸 결과, 지난해 6월 취소가 확정됐다. 앞서 1·2심 법원은 “A업체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며 처분을 취소해 줬다.

분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취소 판결이 확정되자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2월, 이번엔 처분 수위를 1년 2개월에서 2개월 더 낮춰 ‘1년간 입찰자격제한 처분’을 결정했다. 법적으로 행정처분 취소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행정청은 해당 판결이 지적한 위법 사유를 보완해 새로운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

A업체는 다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이번엔 패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A업체는 “모든 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한 것이 아니다”라며 “스크린도어 시장의 특성상 단독 입찰에 따른 유찰을 방지하기 위해 협력 업체를 들러리로 세웠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처분 수위가 너무 과하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A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담합행위가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다”며 “ 횟수도 적지 않아 위반 행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당 입찰에 A업체 외 참여할 업체가 없었다면 그 입찰은 당연히 유찰돼야 하는 것”이라며 “계약 체결은 추후 정당한 협상이 이뤄지는 절차를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법원은 “해당 처분은 담합 근절을 통해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당 처분으로 인한 A업체의 피해가 매우 크다고 하더라도, 공익보다 결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판결에 대해 A업체는 “2심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항소했다. 다음 달 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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