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를 30년 동안 모시고 살다 80대가 된 아버지를 다툼 끝에 살해한 아들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됐다.

MBN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원범 한기수 남우현)는 1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62)에게 1심과 같은 징역 7년 형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아버지 B씨(85)가 자신이 찾는 물건이 보이지 않는다며 “도둑놈. 집을 나가라” 등의 폭언을 하자 이에 화가 나 말다툼을 하게 됐다.

그러다 B씨가 머리를 때리기까지 하자, 아침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신 상태였던 A씨는 격분해 아버지를 밀쳐 넘어뜨린 뒤 주방에 있던 흉기로 살해했다. 범행 뒤 A씨는 자수했고 재판에 넘겨졌다.

일반적으로 존속살해의 경우 형이 가중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처한 상황에 참작할 만한 지점이 있다고 봤다.

1심은 “1988년 아버지 B씨가 자신의 아내이자 A씨의 어머니를 살해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머니를 죽인 B씨지만 A씨는 부양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약 30년 동안 함께 살아왔다”며 “결혼마저 포기한 채 자신이 번 돈으로 B씨의 생활비를 부담하고 식사를 챙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범행은 B씨가 아무런 이유 없이 물건을 훔쳐 갔다고 욕설을 하고, A씨가 자식처럼 아끼는 조카에게 선물 받아 소중히 여기던 노트북을 집어 던지며 피고인을 때리자 우발적으로 살인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아버지를 살해한 범행은 용납할 수 없는 패륜적, 반사회적 범죄이고 B씨의 폭언이나 폭행이 살인을 유발할 정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는 존속살해죄의 최저형량이다.

이에 검사 측이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지만, 2심 법원 역시 1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2심 법원은 “범행 직후 A씨가 수사기관에 자수하였으며 119에 피해자에 대한 구호 요청을 즉시 했다”며 “피해자의 자녀들과 손자녀들마저도 불우한 가정사를 토로하며 A씨에 대한 선처를 거듭 탄원한 점도 참작할 만하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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