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으로 재택근무가 줄어든 가운데, 한국 직장인이 전 세계 34개국에서 재택근무 일수 ‘꼴등’을 기록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 월평균 1.6일…영어권 국가가 아시아 2배

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가 줄어들고 있지만, 특히 아시아 국가의 재택근무 일수가 서구권과 비교해 현저히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스탠퍼드대, 멕시코 기술자치대(ITAM), 독일 이포(Ifo)연구소 등은 지난 4~5월 전 세계 34개국 직장인 4만 200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한국 직장인의 월평균 재택근무 일수는 1.6일로 집계돼 가장 적었다. 일본은 2일, 대만은 2.8일, 중국은 3.2일 등으로 아시아 국가들은 2~3일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캐나다는 월평균 6.8일로 재택근무 일수가 가장 많았고, 영국이 6.0일로 뒤를 이었다. 같은 영어권 국가인 미국 5.6일, 호주 5.2일 등으로 나타나면서 아시아 국가보다 2배가량 높았다.

유럽에서는 독일과 핀란드, 네덜란드 등이 4.0일을 기록해 재택근무 일수가 가장 많았다. 남미에서는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각각 월평균 4.0일, 3.6일 재택근무를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월 3.6일로 기록됐다.

교외 통근하는 미국인, 대도시 아파트 사는 한국인

연구진은 이 같은 차이에 대해 서구와 비교할 때 아시아의 주거 환경, 인구 밀집도, 코로나19 통제, 직장 문화 등이 서구와 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먼저 주거 환경의 차이가 있었다. 미국은 재택근무 환경을 갖춘 교외의 넓은 집에서 거주하는 직장인이 많다. 이에 사무실에 통근하는 것을 훨씬 더 주저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아시아 국가에는 인구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의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직장인이 많다. 상대적으로 좁은 집에 가족 구성원은 많으니 가까운 사무실에 출근하는 셈이다.

ITAM 이코노미스트 호세 마리아 바레로는 “파트너와 원룸에서 살면서 재택근무를 하기는 어렵다”며 “예컨대 도쿄는 아파트 크기가 꽤 작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초기 통제해 재택 정착할 여건 안 돼”

코로나19 팬데믹을 초기에 통제한 국가일수록 재택근무를 정착할 여건을 마련하기는 어려웠다는 분석도 있다.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봉쇄를 연장하지 않고도 초기에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하면서, 재택근무에 적응할 만한 경험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직장 문화도 한몫했다. 일본의 경우 아직 정기적으로 팩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누군가 한 명은 사무실에 꼭 있어야 한다. 상사에게 보다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직장 문화를 갖췄는지도 재택근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NYT는 특히 한국의 SK하이닉스 사례를 들며 재택근무가 모든 직원에게 적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으며, 단 한 번도 전면 시행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서구에서도 사무실 출근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채용 서비스 업체 세콰이어에 따르면 기업에서는 사무실 출근이 업무에 효과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재택근무를 하면 소외될 수 있다’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정보통신(IT) 업계를 중심으로 재택근무 효율에 대한 회의감이 나돌면서 사무실 출근을 강제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아마존은 ‘해고 가능성’을 언급하며 직원들의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압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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