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4일(현지시간) 키이우의 의회 건물에서 의회 의장에게 보낸 사직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전날 외신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레즈니코우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고 보도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최근 사임한 우크라이나 전 국방장관이 러시아와의 휴전이 평화를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멈추게 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에 영토 일부를 양보하고 휴전한다고 해도 러시아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즈니코우 전 장관은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을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나치 독일 히틀러에 빗댔다. 1938년 영국과 프랑스는 2차 대전을 막기 위해 뮌헨회담에서 히틀러의 체코슬로바키아 수데텐란트 양도 요구를 들어줬지만, 이 협정은 히틀러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 골자다. 협정에도 독일 제3제국은 나머지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했고, 이후 폴란드와 프랑스를 차례로 침공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 군사 무기를 대량 확보하게 됐다고 레즈니코우 전 장관은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는 전쟁을 끝내는 대가로 우크라이나 영토인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시간을 벌고 전열을 가다듬으며 새로운 자원을 사용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 국가 지위를 파괴하고 우크라이나인들을 동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레즈니코우 전 장관은 러시아를 막지 않으면 이후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자원을 확보하게 놔두는 것은 크렘린의 야망을 키워 동유럽에서 대규모 전쟁이 이어지게 만들 것”이라며 “이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불가피하게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즈니코우 전 장관은 기고문을 통해 군사 지원 등을 해준 다른 국가들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이들에게 인류의 미래 전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와 그 파트너들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세계 질서 전체에 도전하고 있다”며 “문명 세계가 3차 대전을 피할 수 있을지는 러시아에 대한 대응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끝나는지에 달려있다”고 했다.

레즈니코우 전 장관은 또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러시아는 핵무기 관련 국제조약에서 지속해서 탈퇴해왔고 지난 5월에는 벨라루스 영토에 핵무기를 배치하기도 했다”며 “이런 추세를 고려한다면 러시아의 핵무기가 어느 국가에 도달할 수 있는지, 그 결과가 어떨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레즈니코우 전 장관은 전쟁 직전인 2021년 11월 취임했으나 지난 4일 사임했다. 그간 서방으로부터 수십억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끌어내며 러시아의 침공을 성공적으로 막아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1월 국방부의 조달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최근에는 병무 비리가 줄줄이 터지는 등 부패 스캔들에 따른 책임론에 휩싸였다. 레즈니코우 전 장관은 사임하면서 자신의 재임 기간에는 국방부 비리 의혹에 대한 개혁을 추진했다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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