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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손님과 가방을 수상히 여긴 택시기사의 촉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았다.

지난 6일 오후 4시50분께 택시 호출 앱을 통해 전북 남원에서 대전으로 향하는 콜이 잡혔다.

택시기사 양모(66)씨는 들뜬 마음에 승객이 말한 남원시 동충동으로 서둘러 차를 몰았다. 한눈에 봐도 어려보이는 승객은 가방을 좌석에 먼저 내려놓고는 택시에 올랐다.

기사는 반갑게 “대전 어디로 가세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손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양씨는 “무슨 일로 대전까지…”라고 되묻다가 손님 옆에 놓인 수상한 가방을 보게 됐다.

그는 순간 2년 전 일이 떠올랐다. 양씨는 과거 남원에서 순창으로 향하는 손님을 태웠다가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손님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연루된 범죄자였다.

양씨는 승객과 가방을 한 번씩 바라보며 “학생, 나쁜 일로 가는 거 아니죠?”라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대답 없던 승객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문을 열고 택시에서 내리려고 했다.

기사는 곧장 차 문을 잠그고 인근 지구대로 택시를 몰았다. 지구대에서 나온 경찰관들은 양씨의 말을 듣더니 승객이 지닌 가방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그 안에는 현금 2000만원이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승객 A(21)씨는 광주 등지에서 보이스피싱 조직 지시를 받고 현금을 수거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는 현금을 건네받기 위해 조직에서 앱을 통해 호출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정확한 목적지를 묻는 양씨에게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던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과거 비슷한 일을 겪은 택시 기사의 촉이 서민을 울리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것이다.

양씨는 “예전에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있었다는 후회와 죄책감을 계속 갖고 있었다”며 “이번에는 수거책을 검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뿌듯하고 한편으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적극적인 대처로 범죄를 예방한 양씨에게 표창장과 신고 포상금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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