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국 인권단체들이 오는 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상대로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제기구나 각국 정상 앞으로 발송되는 공개서한 중에서는 역대급 서명 규모인 데다 한미 외에 유럽 및 동남아권 국가 단체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중국 정부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시진핑 주석 앞으로 탈북민 강제북송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이 발송됐다. 이번 서한에는 한·미·영·대만·캐나다 등 17개국 인권단체 54곳과 북한인권 분야 주요 인사 7명이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와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소냐 비세르코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 이양희 전 유엔 미얀마인권특별보고관 등이 서명했다.

단체들은 서한에서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단됐던 재중 탈북민에 대한 (북한으로의) 강제송환 정책이 재개될 것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서한을 전한다”며 “오는 23일 개최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북한의 국경 개방에 따라 2000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중국 내 북한 구금자의 강제송환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특히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 당국은 중국에서 강제로 송환된 사람들에 대해 반인도 범죄를 자행했다’고 판명한 점을 상기하며 “탈북민은 북송 이후 고문과 성적 및 젠더 기반의 폭력, 자의적 구금, 강제 실종에 시달리며 심지어 처형과 강제 낙태, 영아살해 등 위기에 처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또 중국 정부가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유엔 난민협약 및 의정서, 고문방지협약의 당사국인데도 불구하고 북한의 국경 개방으로 강제송환이 우려되는 탈북민을 계속해서 자의적으로 구금·억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중국 정부가 탈북민에 대한 현황 등 정보마저 함구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경제적 이유’에 따른 불법체류자로 간주하고 있다. 북송 이후 구금과 고문, 처형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침은 북송 이전부터 탈북민을 인권침해에 노출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분을 숨겨야 하는 탓에 인신매매와 성 착취, 강제결혼 등 범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북한인권’ 사안과 관련해서 발송되는 공개서한은 우리 단체들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54곳 중 9곳을 제외하면 해외 단체 및 인사들이 대거 서명했다. 북한인권 논의에 자주 등장하지 않던 동남아권 단체들도 목소리를 냈다. 아시안게임이라는 국제 행사를 앞둔 중국 정부에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중국 정부는 관련 협약의 당사국으로서 재중 탈북민에 대한 북송을 멈추고 난민 지위를 부여하기 위한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공식 슬로건 ‘마음이 통하면 미래가 있다’처럼 중국 정부가 강제송환 정책을 공식 중단할 수 있도록 시진핑 주석의 양심에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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