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건호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다니엘 레비 회장은 지난 3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사실상 경질’했다. 당시 콘테 감독은 구단과 합의로 팀을 떠나기로 했다고 ‘포장’을 했지만, 사실상의 성적 부진과 ‘항명’으로 인해 경질되었다.

레비 회장은 2001년에 토트넘의 회장이 됐다. 그 이후 만 12년 만에 11명의 감독을 잘랐다. 평균 재임 기간이 1년 남짓했다는 의미이다. 레비 회장 재임 기간 경질된 감독을 보면 이렇다. 글렌 호들(2001-03)을 시작으로 자크 산티니(2004), 마르틴 욜(2004-07), 후안데 라모스(2007-08), 해리 레드냅(2008-12),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2012-13), 팀 셔우드(2013-14), 마우리시오 포체티노(2014-19), 조제 무리뉴(2019-21),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2021), 안토니오 콘테(2021-23)까지 11명을 경질했다.

콘테 감독이 경질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레비에 대한 비난이었다. 콘테는 “난 정말 화가 난다. 20년 동안 같은 구단주가 있었지만, 왜 아무것도 얻지 못했는가. 구단 혹은 이곳에 있던 모든 감독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인가.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라고 일갈한 것도 레비를 겨냥한 말이었다. 토트넘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감독의 책임도 있지만 레비 당신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었던 셈이다.

레비가 토트넘 회장으로 임명된 것은 그가 토트넘의 주주이기 때문이다. 레비는 2001년 회장으로 부임했고, 20년 넘도록 토트넘을 주무르고 있다.

22년 전 ENIC 그룹은 토트넘 지분 30%를 사들였고, 계속해서 지분을 늘려 지금은 과반이 훨씬 넘는 85%에 이른다. 그중에 레비의 가족들은 ENIC 그룹 지분의 29.88%를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조 루이스 구단주 손에 있다. 루이스가 구단주이기는 하지만 그는 토트넘 행정에 관한 모든 권한을 레비에게 줬다. 레비가 전권을 휘두르면서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레비 회장의 재산은 총 3억 2900만 파운드(5244억원)다. 영국 부자 순위 398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레비는 선수 협상의 달인이기도 하다.

토트넘 운영의 전권을 휘둘렀던 레비가 갑자기 감독 경질을 하게 된 이유가 팬들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레비는 “일부 선수와 팬들의 강력한 요구가 나를 압박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은 전혀 그럴 뜻이 없었는데 외부의 강압에 어쩔 수 없이 결정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예로 든 감독이 바로 무리뉴와 콘테 영입인데 레비는 실수라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레비는 2019년 토트넘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려놓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를 경질하고 무리뉴를 영입했다. 하지만 재임 기간은 18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첼시를 프리미어 리그 우승시킨 콘테도 영입했지만 약 14개월 만에 지난 3월 경질됐다. 그리고 현 감독인 안제 포스테코글루가 지난 6월 취임했다.

레비가 팬들의 압박을 들먹인 이유는 우승에 대한 강박 때문이다. 유명한 감독을 임명해야만 우승할 수 있다는 팬들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무리뉴나 콘테를 영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경질이었다.

레비가 이렇게 감독 영입에 대한 ‘자신의 실수’를 드러낸 것은 의외이다. 일종의 판단 미스인 ‘치부’인데 이를 밝힌 것은 EPL초보인 포스테코글루를 영입,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앞으로 팬들은 감독 선임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이기도 하다.

최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팬 포럼에서 레비는 “승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좌절감과 일부 선수들과 팬층의 많은 부분으로부터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그래서 유명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팬 목소리가 나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것이다.

이어 레비는 “나는 우리팀이 거의 우승할 뻔했던 적이 있었다. 포체티노와 함께 우리는 아주 좋은 시기를 잡았었다. 물론 우리는 우승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유명 감독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며 “나는 두 번이나 그런 감독을 영입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나는 실수로부터 배워야 했다. 그들은 훌륭한 감독이지만 이 클럽에는 아닐 수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레비의 결론은 이랬다. 아마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영입하게 된 배경일 수도 있다. 레비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위해 우리는 특정한 방식으로 플레이하고 싶었다. 만약 그것이 승리하는 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아마도 그것이 우리에게 옳은 것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스테코글루를 데려온 것이 내 관점에서는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판단이 옳았기에 앞으로 압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이다.

[토트넘 회장인 레비가 팬들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영입한 두 명의 감독으로 꼽은 무리뉴와 콘테 감독. 레비는 자신이 영입한 포스테코글루 현 감독은 현 토트넘에 최적의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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