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구찌 패션쇼 무대에 동물보호 단체 회원이 난입해 파충류 가죽을 사용하지 말라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밀라노 패션위크 중 개최된 구찌의 2024년 여성복 봄·여름(SS) 컬렉션 패션쇼 도중 한 여성이 무대 위로 뛰어드는 일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 사이에서 손팻말을 들어 보이다가 보안요원에 의해 끌려 내려갔다. 이 손팻말에는 ‘구찌: 이그조틱 스킨을 금지하라(Gucci: Ban Exotic Skins)’는 문구가 적혀 있었으며, 팻말 아래쪽에는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의 로고가 박혀있었다.

이그조틱 스킨이란 악어나 뱀, 도마뱀 같은 파충류의 가죽을 뜻하는 패션계 용어다. 구찌 등 유럽 고가 브랜드들은 악어나 뱀 가죽으로 핸드백과 구두 등을 만들고 있는데, 이러한 제품의 가격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른다.

환경·동물권 보호 단체들은 이그조틱 스킨을 얻는 방식이 지나치게 잔인하다고 비판한다. 악어나 뱀의 가죽을 벗기기 전 보통 망치나 전기충격기를 써서 의식을 잃게 하거나 머리를 자르는데, 파충류의 특성상 척추가 부러지거나 머리가 잘린 상태에서도 신경이 남아있기 때문에 동물들이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페타 활동가들은 이달 초 미국 뉴욕 패션위크에서도 코치 패션쇼 무대에 난입해 동물 가죽 사용을 반대하는 내용의 시위를 벌였다. 당시 활동가 2명은 런웨이에 올라 모델들과 함께 걸었으며, 이 중 한 명은 피부가 벗겨진 동물을 표현하기 위해 인간의 피부 아래에 있는 근육과 힘줄이 드러난 모습과 비슷한 보디페인팅을 한 채로 등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 명은 ‘코치:레더 킬스(Coach:Leather Kills)’라는 메시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걸었다. 이들은 곧바로 보안요원에 의해 끌려 나갔으나 이들의 시위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 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페타는 1991년 오스카 드 라 렌타의 패션쇼를 시작으로 지속해서 런웨이 난입 시위를 벌여왔다. 이 단체는 여러 패션 브랜드에 가죽, 모피, 양모의 사용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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