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앞으로 미국 공장 설립·운영에 따른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미 반도체과학법 가드레일(안전장치) 규정 최종안에 따라 중국 공장에서의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연간 웨이퍼 투입 기준)을 5%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첨단 반도체의 실질적인 확장 기준을 10%까지 늘려달라는 우리 정부와 업계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5% 이하로 제한하더라도 중국 생산 전략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25일 반도체업계는 이번에 발표된 미 반도체과학법 가드레일 규정 최종안이 예상했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데 안도하고 있다. 앞서 발표된 세부 규정 초안에서와 같이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산설비의 유지 및 부분적 확장이 보장됐고, 기술 업그레이드도 미 상무부와 협의만 거치면 가능할 수 있게 됐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우리가 첨단 반도체 10% 생산능력 확대 요구했는데 5%에 그쳤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겠지만, 사실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이 5%를 넘기기는 쉽지 않다”며 “미국이 규제하지 않더라도 중국에서 연간 웨이퍼 투입 기준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10% 넘기는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반도체 업계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가드레일 규정 최종안은 일정 사양 이하의 레거시(성숙공정, 범용제품)반도체 생산설비 중 ▲기존 설비는 10% 미만까지 확장을 허용하고 ▲레거시 공정으로 생산된 반도체의 85%가 중국 내수용 최종 제품으로 활용될 경우 설비확장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국내 기업들은 5% 만이라도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데 환호하는 분위기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첨단 반도체로 분류되는 8세대 낸드 제품을 이미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1위인 삼성이 시안 공장에서 생산하지 못할까봐 우려되는 상황이었는데 되레 이번 최종안 확정으로 우려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8세대 낸드 신공정의 경우 생산량을 5% 이상 확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5% 이하 생산이라는 규제를 두더라도 기업이 받는 불이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가드레일 최종안이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 업계 전체가 안도하는 분위기”라며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D램, 낸드 모두 생산 중인데 D램은 첨단 반도체 공정이 있지만 중국 내 생산을 당장 늘려야 하는 상황이 아니고, 낸드는 중국에서 200단 넘는 첨단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 않아 미국 규제 영향이 적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지난해 8월 반도체법 발효 직후 가드레일 조항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우리측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미 정부 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초안 대비 ▲생산능력 측정기준(웨이퍼 투입량)을 반도체 시장의 계절별 변동 등을 고려해 월 단위가 아닌 연 단위로 변경하고, ▲구축 중인 설비를 상무부 협의시 가드레일 제한의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또 ▲기업이 진행 중인 연구(상무부 협의 필요)나 국제표준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 등을 기술협력 제한범위에서 제외하는 성과도 얻었다. ▲5% 초과 확장시 투자 금액 제한(기존 10만달러 기준)을 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정하도록 변경한 것도 개선점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의 일반적인 경영환경을 반영하고 국가안보 우려가 없는 정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이 보장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평가를 내놨다.

반도체업계는 미 정부가 반도체과학법 가드레일 규정 최종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입장을 상당히 많이 반영한만큼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대(對)중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유예조치가 1년 더 연장될 가능성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 내 생산시설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1년간 수출통제 유예 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내달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우리정부는 추가 연장 및 반입 가능한 특정 장비 지정 방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 정부 당국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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