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날 겪었던 갈등의 상처는 이혼을 해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재혼 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와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가 전국 돌싱 남녀 518(남녀 각 259명)명을 대상으로 추석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성별에 따라 답변이 달랐다.

명절에 가장 힘들었던 게 뭐였냐는 질문에 여성은 ‘시가 가족과 만남'(29.3%)을 1위로 꼽았다. 남성은 ‘아내와의 일정 조율'(30.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추석인 29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제54회 합동경모대회에 참석한 실향민 가족들이 헌화 및 차례를 지내고 있다. / 뉴스1

실제로 명절에 생긴 갈등 때문에 이혼까지 이르는 경우도 많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2018~2020년 설과 추석 명절 직후인 2~3월과 9~10월의 협의 이혼 건수가 명절이 아닌 시기보다 증가했다.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댁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며느리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곤 한다.

이번 추석에는 “설날에 시댁을 먼저 갔으니, 추석에는 친정을 먼저 가겠다”고 선언했다가 시어머니로부터 호되게 혼이 났다는 며느리의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사연 속 주인공 여성 A씨는 “결혼을 하면 여자가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사실 여자가 결혼해서 좋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면서 컸다. 엄마, 언니가 결혼 후 많이 우는 걸 보며 결혼을 하기 싫었다”며 “그래서 남편에게 참 많은 조건을 걸고 결혼했다. 하지만 제가 멍청한 것 같다. 남편은 남편이고 시댁은 또 다른 존재라는 걸…”이라고 말했다.

A씨는 남편과 결혼 전 각자의 부모에게 각자 잘하기, 시댁이랑 여행 한 번 가면 친정이랑도 여행 한 번 가기, 아내가 시댁에서 요리하고 설거지한다면 남편도 친정 가서 요리하고 설거지하기, 용돈 각자 드리기 등 조건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추석을 앞두고 양가 방문 일정을 조율하면서 결국 갈등이 터지고 말았다. 결혼 후 첫 명절인 설날엔 시댁에 먼저 갔던 A씨는 이번 추석에는 친정에 먼저 가고 싶어 남편에게 말을 꺼냈다.

헌화하는 실향민 가족 / 뉴스1

그러자 남편은 “우리 집엔 아들이 하나라 제사 때는 꼭 가야 한다”고 며칠간 불만스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친정에 먼저 가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A씨는 “시어머니랑 얘기를 나누다가 추석 얘기가 나와서 ‘친정 먼저 가기로 했다’고 말했더니, 시어머니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시어머니는 당시 “너희 집은 제사를 안 지내니까 먼저 갈 필요가 없다”, “네가 시집을 왔으면 시댁의 문화를 따라야 한다”, “너는 시집을 왔으니 이제 제사를 지낼 때 남편과 한 세트인 것처럼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A씨가 “저희는 결혼 전에 이미 이런 부분은 약속하고 결혼했다”고 반박하자, 시어머니는 “시부모님 말을 듣지 않을 거라면 고아랑 결혼했어야지. 남자 집안의 문화를 따르지 않을 거라면 부모가 없는 사람을 만났어야지. 제사를 지내는 집이 아니면 모를까 제사를 지내면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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