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이게 얼마 만에 들어보는 응원가인가

잠실구장에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펌프 잇(Pump It)이 흘러나왔다. LG 팬들은 야구장이 떠나갈 듯이 함성을 지르며 다 같이 ’빠라바라바라밤~ 빠라바라바라밤~’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라운드에 있던 오지환은 두 팔을 앞으로 벌리고 음악에 맞춰 오토바이를 타듯 좌우로 흔들며 추억의 ’슈퍼소닉’ 이대형 응원을 시작했다. 함께 있던 이대형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고 오지환은 이대형과 따뜻한 포옹을 하며 은퇴한 선배에게 우승 세리머니를 선물했다.

이대형 해설위원이 오지환을 축하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한 뒤 홈 팬들 앞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날이었다. 평일 저녁 경기임에도 잠실구장은 팬들로 가득 찼고 매진을 기록했다. 예상대로 세리머니 열기는 대단했다. LG 팬들과 선수들은 한목소리로 응원가를 열창했고 열정적인 세리머니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오지환이 중계를 마치고 퇴근하던 이대형 해설위원을 잡았다. 더그아웃 안쪽에서 축하 인사만 건네고 퇴근하려는 이대형을 끌고 그라운드로 나온 것이다. 이대형이 그라운드로 나오자, LG 팬들은 환호했고 이대형의 등장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 같이 한 목소리로 이대형 응원가를 부리며 오토바이 응원을 시작했다. 이대형이 LG를 떠난 지 10년 만에 잠실구장에 이대형 응원가가 흐르는 순간이었다.

오지환이 이대형 해설위윈과 함께 우승 세리머니를 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부산 사직구장에서 오지환과 이대형 해설위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부산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대형은 2003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뒤 2013년 겨울 FA(자유계약선수)로 팀을 떠나기 전까지 11년간 LG의 리드오프 자리를 지킨 선수였다. 현역 시절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할 정도의 빠른 발로 ’슈퍼소닉’이라 불렸다. 당시 슈퍼소닉 등장곡은 LG의 대표 응원가중 하나였다.

그리고 오지환은 2009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해 이대형과 5년 동안 함께 땀 흘렸던 사이다. 7살 차이가 나지만 두 선수는 신인 시절부터 각별한 사이였다. 시즌과 비시즌을 가리지 않고 꼭 붙어 다닐 만큼 단짝이었다. 신인 시절 오지환은 이대형 덕분에 많은 혜택도 받았다. 이대형의 소개로 장비 협찬도 받게 되었고, 힘들어할 때마다 많은 위로를 받았다.

오지환은 이대형이 KIA로 이적한 뒤 존경의 표시로 스파이크에 ’53 DH‧LEE’를 새겼고, 이대형이 사용하던 배트를 들고 경기에 뛰기도 했다. 그만큼 두 사람은 나이를 뛰어넘는 각별한 사이의 선후배였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이대형 해설위원이 오지환을 축하하고 있다 / 부산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두 사람의 우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선배 이대형은 후배가 역경을 이겨내고 우승 주장이 된 게 자랑스러웠다. LG는 지난 3일 부산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정규시즌 우승 소식을 듣고 지난 4일 부산 사직구장에 도착했다. 이날 중계를 맡은 이대형 해설위원은 LG 선수단이 도착하자 더그아웃으로 달려가 오지환을 축하했다. 

그리고 오지환은 잠실 홈 팬들 앞에서 이대형에게 우승 세리머니를 선물했다. LG 우승 캡틴 오지환과 LG 마지막 도루왕 이대형의 빛나는 우정의 순간이었다.

[오지환이 이대형 해설위원에게 우승 세리머니를 선물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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