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 사망 도현이 '공포질린듯' 마지막 음성… '부닥치겠다' 차분하게 말하다 ' '어, 어'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지난 3월 첫 경찰조사를 마치고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사고기록장치(EDR) 감정에 이어 블랙박스 영상 음향분석 감정에서 그동안 관찰되지 않았던 도현군의 마지막 음성이 관찰됐다.

17일 연합뉴스는 운전자 A씨(원고) 측이 제조사를 상대로 낸 약 7억60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재형 부장판사)에서 진행한 음향분석 감정 결과가 최근 나왔다고 보도했다.

감정인은 엔진에서 ‘웽’하는 굉음이 나기 시작한 뒤 모닝 승용차를 추돌하기 전에 변속레버를 D에서 N으로, 또 N에서 D로 변경하는 소리가 들리는지 분석했다.

이를 위해 같은 연식의 차량에서 변속 시 나는 소리를 채취해 이번 사건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에 녹음된 소리와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감정인은 “이번 사건의 사고 당시 상황을 일부 재연한 조건에서 변속레버를 D→N, N→D로 반복 조작하며 채취한 음향 데이터와 동일성을 보유한 음향정보는 사고 차량에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운전자가 사고 직전 기어를 D에서 N으로 바꿔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고, 이후 D로 전환하면서 모닝 차량을 추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와 어긋나는 결론이다.

줄곧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고 주장한 원고 측의 주장을 강화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원고 측 소송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국과수는 감정인이 한 음향분석과 동일한 분석을 할 수 있다”며 “음향분석만 제대로 해도 기어를 조작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국과수가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었다는 누명을 씌웠다”고 꼬집었다.

감정인이 녹취록 전체를 미세 구간별로 반복하며 정밀 분석한 결과 도현 군은 모닝 차량과 부딪치기 전 비교적 차분하고 침착한 말투로 “부닥치겠다”라고 말했다. 불과 5초 뒤 A씨가 “이게 왜 안 돼”, “도현아”라고 소리 높여 불렀을 때는 공포에 질린 듯한 어조로 “어, 어”라고 말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故) 이도현 군의 아버지이자 운전자인 60대 A씨의 아들인 이상훈씨는 “운전자 과실로 결론 낸 국과수와 달리 음향학적 분석을 통해 어머니에게 과실이 없다는 사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제조사에서 어떤 주장으로 진실을 왜곡할지 모르겠으나 아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급발진 사고의 진실을 밝히고, 어머니가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자동차의 결함으로 급발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인정받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60대 A씨가 손자를 태우고 운전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12살 손자가 숨졌다.

이 사고로 A씨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돼 지난 3월 경찰조사를 받았다.

또 A씨 가족이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관련법 개정 논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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