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딸을 잃은 유족이 고인의 모교에 2억 원을 기부했다.

생전 딸이 소망했던 일을 대신 이룬 것이다.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9일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모습 / 뉴스1

고려대학교는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사망한 고 신애진(생명과학부 17학번) 씨의 유족이 고인의 생일을 맞아 전날 학교 측에 장학기금 2억 원을 전달했다고 20일 밝혔다.

기부금은 신 씨가 생전 아르바이트,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돈과 사망 후 친구들이 낸 부의금, 유족이 일부를 더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 총장실에서 열린 기부금 전달식에 참석한 (왼쪽부터) 고 신애진 씨의 동생, 신 씨의 아버지, 김동원 고려대 총장, 신 씨의 어머니 / 연합뉴스-고려대학교 제공

학교 측에 이를 전달한 신 씨 아버지는 이날 한겨레를 통해 “아이의 일기장을 보니 버킷리스트(살면서 꼭 한 번쯤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한 목록)라면서 ‘모교에 기부하기’, ‘모교에 건물 지어주기’ 등이 있더라”라며 “그 뜻을 따라 고려대에 기부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딸이 일하며 모아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 (딸의 장례식에) 1000명 넘는 친구들이 와줬다. 그 친구들이 낸 부의금은 저희 돈이 아니지 않나(생각했다)”라며 “항상 꿈꾸고 도전했던 딸의 마음이 모교와 후배들에게 잘 전달돼 좋은 곳에 쓰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적은 돈이지만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대신 자신이 계획한 일에 좀 더 시간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장학금을 전달했다. 아이의 기부금을 대신 전달만 했을 뿐”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학교 측은 신 씨 유족이 전한 장학기금을 고인이 나온 생명과학과 학부생 2명과 고인이 복수전공을 하며 활동했던 경영학과 학회(경영전략학회· MCC) 소속 학생 1명을 지원하는 데 쓸 계획이다.

이와 관련 고려대 김동원 총장은 “신 교우와 부모님의 숭고한 뜻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려대의 모든 구성원이 신 교우의 귀한 마음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장학기금을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뉴스1

한편 오는 29일은 이태원 참사 1주기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1주기 시민 추모대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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