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기숙사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빈대(베드버그) 박멸을 위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최모(28)씨는 최근 팔에서 벌레에 물린 자국을 발견했다. 모기 물린 자국과는 다르게 조그맣게 연속적으로 난 자국을 보고 최씨는 빈대가 아닐까 의심했다고 한다. 그는 새벽에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눈을 떴고 그때 빈대를 발견했다. 다음 날 아침 최씨는 바로 코인 세탁소에 가 이불을 빨았다. 그는 “나처럼 빈대 발견된 이불 빨래들 이곳에 와서 세탁할텐데 여기서 혹시 빈대가 또 옮아오지 않을지 걱정됐다”며 “거기다 방역 업체 불러서 집안 소독도 해야 하고 매트리스도 새로 사야 하는데 스트레스 받는다”라고 말했다.

지난 1일 헤럴드경제가 코인 세탁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공용으로 이용하는 공간에 빈대가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빨래방에 맡긴 세탁물을 여러 번 확인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의 한 빨래방에서 세탁물을 빼내고 있던 이모(65) 씨는 “다른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는 곳이니까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들어 확인해보는 중이다”이라고 말했다. 한 코인 세탁소 관계자는 “고온 세탁, 고온 건조를 할 경우 빈대를 박멸할 수 있으며, 업장에서 빈대가 출현한 적은 없으니 안심하고 이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빈대는 감염병을 매개하지는 않는다. 다만, 인체 흡혈로 수면을 방해하고 가려움증, 2차적 피부 감염증 등을 유발해 큰 불편을 준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일부터 홈페이지에 게시‘빈대 예방·대응 정보집’을 통해 빈대 발견시 스팀 고열, 진공청소기, 50~60℃ 이상의 건조기 소독 등 물리적 방제와 살충제 처리 등 화학적 방제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 “모든 벌레는 온도가 높아지면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죽게 된다. 60도 이상의 고온 세탁 및 고온 건조를 하면 좋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사우나와 대구 계명대 기숙사에 이어 서울 곳곳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시민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종로 구청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주거지에서 빈대 의심 신고가 있어, 방역 업체를 안내해 준적이 있다”고 했다.

빈대 확산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걱정부터 앞선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28) 씨는 “주말에 지방 갈 일이 있어서 지하철로 서울역까지 이동한 후 기차를 타야 하는데 빈대 때문에 걱정이다”라며 “빈대가 극성이라길래 나갔다 들어오면 꼭 꼼꼼히 씻는 편인데 불가피하게 대중교통을 오래 이용하게 돼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민간 방역 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서울 전 지역에 빈대가 발견되고 있으며, 서울의 절반 이상은 빈대가 출몰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코로나19가 완화된 이후로 해외로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많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빈대 물린 자국. [질병청 제공]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과 생물 다양성 약화를 빈대 증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박현철 부산대 환경생태학 교수는 “외국인을 통해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지구 기온이 상승한 것이 근본 원인이고 그로 인해 빈대의 활동 시기가 늘어나서 생기는 문제”라며 “기온이 오르면서 생물 다양성이 감소했을 것이며, 빈대를 잡기 위한 살충제 등 다양한 약제를 사용하면서 약제에 대한 저항성 또한 늘어났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달 31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방제 방안 등 대책을 논의했다. 질병관리청(질병청), 보건복지부, 교육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공동 숙박시설 등에 대한 빈대 관리 및 방제 방안을 공유하고, 빈대가 확산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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