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아프리카 나무 가면을 단돈 21만원에 팔았는데 알고 보니 그 가치가 수십억 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가르주에 거주하는 한 80대 부부는 2021년 9월 자신들의 별장을 팔기로 결심했다. 이에 별장을 정리하던 중 두 사람은 다락방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오래된 나무 가면을 발견했다.

이 가면은 20세기 초 식민지 시대 아프리카에서 총독이었던 남편의 할아버지가 소유했던 것이었다. 노부부는 중고품 상인에게 몇 가지 골동품과 이 가면을 150유로(약 21만원)를 받고 팔았다.

문제는 이로부터 6개월 뒤인 2022년 3월, 이들 부부가 뉴스에서 해당 가면이 익명의 입찰자에게 420만유로(약 59억 8000만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시작됐다.

신문을 보다 자신들이 헐값에 팔아버린 가면이 매우 희귀하고 가치가 높은 유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노부부는 당시를 “의자에서 넘어질 만큼 큰 충격에 빠졌다”라고 회상했다.

알고 보니 이 가면은 19세기 중앙아프리카 국가 가봉의 팡족이 제작한 것으로, 세계에서 12개만 존재할 정도로 희귀한 것이었다.

총길이 55cm로 열대 지방 푸마 나무를 깎아 만든 길쭉한 얼굴에 야자잎에서 채취한 식물성 섬유 라피아를 수염으로 만들어 붙인 점이 특징이다.

가면의 형태가 독특해 파블로 피카소,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 거장 화가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경매 관계자는 이 가면을 두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보다 더 희귀하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경매 카탈로그에 따르면, 총독은 1917년 ‘알 수 없는 경로’로 가면을 취득했다. 가봉은 1839년부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60년 독립했다.

부부는 중고품 상인을 상대로 ‘판매 무효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중고품 상인이 가면의 가치를 알고도 ‘부당한 가격’으로 구매했으니, 되팔 때 얻은 수익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부 측 변호사는 “사람은 성실하고 정직해야 한다”며 “가면이 이렇게 희귀한 물건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결코 그 가격에 판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고품 상인은 자신 역시 경매에 부치기 전까지는 해당 가면의 가치를 몰랐다고 반박했다.

중고품 상인이 수익금을 부부에게 돌려줘야 하는지 여부는 오는 12월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재판에는 가봉 측 관계자도 참석했다. 가봉 측은 이 부부도, 중고품 상인도, 익명의 낙찰자도 모두 가면 소유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가봉 측은 법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예술 작품을 빼앗겼고, 이러한 유물이 유럽에서 많은 이들의 배를 불렸다”며 “이 법정 소송은 총독의 손주와 중고품 상인이 벌이고 있지만, 둘 다 가면에 대한 권리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건 가면을 가봉에 반환하는 것”이라며 “법정에서 도덕성을 논하고 있지만, 우리의 문화재와 존엄성을 약탈한 행위에는 도덕성이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당선 후 “여러 아프리카 국가의 문화유산 중 상당 부분이 프랑스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프랑스 박물관 소장품의 반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외신은 “프랑스와 다른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식민시대 아프리카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반환하라는 압력이 세지고 있지만, 반환된 문화재 대부분은 공공 소장품들”이라며 “개인이 소장한 경우 불법 취득이 입증되지 않는 한 반환을 강제할 수는 없다”라고 전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