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공개 예정이던 선거 캠페인 원점 재검토

계파 불문 비난·블루웨이브도 성토의 장 돼

책임자 징계엔 “여기서 말하는 것 옳지 않아”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청년 비하 논란을 일으킨 현수막 문구에 대해 결국 사과하고, 해당 현수막을 통해 홍보하려 했던 캠페인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20일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업체에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당의 불찰이었고 당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으로서 국민과 당원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기획 의도가 어떠하더라도 국민과 당원이 보시기에 불편했다면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했다.

논란이 된 현수막은 민주당의 ‘갤럭시 프로젝트’를 사전 홍보하기 위한 티저 광고였다.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국민성을 담아내기 위해 준비한 캠페인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지만 ‘2030 세대를 정치와 경제의 무지하며 개인의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규정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호된 비판을 받았다.

앞서 민주당이 사무총장 명의로 각 시·도당에 내려보낸 공문에 담긴 현수막에는 ‘나에게 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 네 가지 홍보 문구가 담겼다. 이후 ‘청년 능멸’이란 수식어까지 등장하며 논란이 일파만파하자, 당에서는 “관련된 업체에서 했던 것” “총선기획단과는 관련이 없다”고 ‘꼬리 자르기식’ 해명을 하며 화를 키웠다.

현수막 문구가 청년 비하와 정치 혐오를 불러온다는 비판은 당내 계파를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당내 혁신계 모임 ‘원칙과 상식’은 “이번 현수막 사태는 도덕성·민주주의·비전이 상실된 민주당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이재명 민주당의 청년 세대에 대한 인식 능력 결여의 증거”라면서 “후진적인 홍보역량과 무뎌진 도덕적·대중적 감수성이 70년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홍보물을 내놓게 한 것”이라고 했다.

친명 김두관 의원도 “선거제·돈봉투·코인을 비롯해 수습할 일도 넘치는데 또 사고가 터졌다. 점수를 따야 할 시기에 점수를 까먹는 소리만 들린다”며 “2030 세대를 정치도 경제도 쥐뿔도 모르고, 돈만 아는 속물로 규정했다. 치욕스런 문구가 아닐 수 없고, 청년 비하 수준이 아니라 청년 능멸 수준”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7일 공개한 티저 현수막 시안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7일 공개한 티저 현수막 시안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당원게시판 ‘블루웨이브’에서도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현수막 문구에 분노한 당원의 탈당 시사글도 등장했다.

블루웨이브에는 ‘뉴스의 더민주 갤럭시 현수막이 진짜 결정된 건가요?’ ‘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 현수막 디자인 쓰면 안 됩니다’ ‘현수막 보고 글 쓰고 탈당하러 가입했어요’ ‘티저 현수막 재검토 바랍니다’ ‘현수막보고 뒷목잡고 왔어요’ 등 비판글 게시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민주당의 도덕성 결여를 풍자하듯 논란 현수막 문구에 야권 정치인의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도 게재됐다. ‘나에게 온당’ 문구 현수막에는 성추문을 일으킨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을 합성했다.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문구 현수막에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사진이 들어갔다. 각각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횡령 혐의,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등 의혹, 코인 다량 보유 및 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을 ‘조롱적인 패러디 형식’을 통해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조 사무총장은 “티저 광고는 외부 전문가들의 파격적인 홍보 콘셉트를 담은 안이었는데 세심하게 살피지 못하고 시행과정을 진행했다”면서 “갤럭시 프로젝트 론칭을 앞두고 주요 내용을 비공개한다는 이유로 충분한 설명이 없는 과정에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갤럭시 프로젝트의 개요와 방향은 당 지도부에 보고했는데, 문구가 보고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현수막 청년 비하 논란에 따라 오는 23일로 예정됐던 갤럭시 프로젝트 발표 행사는 연기된 상태다. 갤럭시(은하수) 프로젝트는 총선 과정 캠페인으로 별들이 아름다운 우주를 형상화하는 모습을 정치 역시 보여줘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 의식에서 만들어졌다.

브리핑에 동석한 정태호 민주연구원장은 “핵심내용은 ‘유닛정당'”이라며 “동일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 정당 속의 정당이고 수많은 유닛이 정당 속에서 활동하면서 정당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그림을 그려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닛’은 3개 키워드로 구성되는데, 예를 들어 관악구·청년·일자리라는 키워드가 모이면 ‘관악 청년 일자리당’이 만들어진다는 부연설명이다.

조 사무총장은 갤럭시 프로젝트의 재추진 여부에 대해선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행사는 연기하고 원점 재검토하고, 재추진할 것인가 여부에 대해서는 이후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책임자 징계와 추후 절차 등에 대해선 “그 문제는 아직 여기서 말하는 건 옳지 않은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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