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인들의 마약 투약 의혹이 논란인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가 음성이면 음성(투약하지 않은 것)이다’, ‘신종마약은 검출 안 된다’ 등 마약 투약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여러 궁금증을 마약 관련 전문가들의 얘기를 통해 풀어봤다.

마약 검사는 대개 ‘소변→모발(or 체모)→손톱’ 순으로 이뤄진다. 더 과거의 투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순서다. 소변이 3~5일 이내의 가장 최근 투약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면 손톱은 가장 먼 과거의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진 이선균, 지드래곤. ⓒ뉴스1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진 이선균, 지드래곤. ⓒ뉴스1

소변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투약 의심자’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음성이라면 국과수는 적어도 수일 내에는 마약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추정한다.

소변에서 검출되지 않으면 모발 검사로 넘어간다. 모발은 자라는 속도가 1개월당 1㎝ 정도로 고정돼있다. 사람마다 편차가 적다. 모발이 존재한다면 과거 투약 시점을 시기별로 파악할 수 있다. 염색·탈색·삭발로 모발 검사가 불가능하면 체모 검사를 한다. 체모는 자라는 속도가 일정치 않고 모발보다 길이가 짧아 시기 추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체모 검사마저 불가능할 땐 손톱을 검사한다. 손톱의 경우는 꽤 이전의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김선춘 국과수 대전과학수사연구소장은 “손톱은 뿌리가 어딘지 모르고 자라나는 속도의 편차도 크다. 언제 투약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손톱 검사는 투약 여부만 파악할 수 있는 보조 수단에 불과하다.

위의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라면 투약 사실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국과수 검사에서 확인되지 않는 신종마약을 투약했을 수 있다. 신종마약 종류는 국과수가 연구를 통해 늘려가곤 있으나, 워낙 빠르게 합성 마약이 퍼져 100% 검출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이에 “검출이 안 되는 마약”이라며 판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최근 메트암페타민, 케타민 등 여러 마약을 합성하는 복합마약류가 늘었고, 신종 마약 출현 기간도 반년 이내로 짧아졌다.

지난 6일 강원 원주 혁신도시 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 내부에 게시된 로고 자료사진. ⓒ뉴스1
지난 6일 강원 원주 혁신도시 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 내부에 게시된 로고 자료사진. ⓒ뉴스1

국과수가 확인 못 하는 신종마약 투약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해당 마약류가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마약 유사체 지정제도를 통해 유사한 화학적 구조가 있으면 마약류로 간주하는 제도가 운용되고 있으나, 모든 마약류가 이렇게 걸러지지는 않는다.

국과수 감정은 마약을 했는지 여부만 판단한다.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마약류(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투약자를 처벌하려면 ‘오·남용’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 이는 수사기관에 달렸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 결과는 하나의 간접 증거”라며 “오·남용 여부는 (투약했다는 사실 외에 다른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검토한다”고 말했다. 마약인지 모르고 투약했거나, 의료용으로 합법적으로 투약했다면 ‘오·남용’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간접 증거가 미약한 상태에서 증언에 의존한 상황이라면, 혐의 입증은 쉽지 않다. 마약 전문인 박진실 변호사는 “소변이나 모발에서 검출되지 않은 상태라면 적어도 최근에는 투약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방의 자백만 있을 경우 혐의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투약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도 마약류 소지 혐의는 따져볼 수 있다.

한겨레 곽진산 기자 /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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