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영선·정경희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강욱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

‘막말’ 하나가 여의도를 사정없이 흔들어놨다. 막말 당사자가 야권 인사라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그동안 수많은 실언이 나왔지만, 이번엔 후폭풍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역대급 망언이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화들짝 놀란 민주당 내부에선 “엄청난 여성비하 발언으로, 총선리스크가 터졌다”는 한숨도 나왔다. “여성 표가 낙엽처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최소 한자릿수 좌석을 앉은채 잃었다”는 탄식음도 흘러나왔다. 이에 민주당은 22일 최 전 의원에게 ‘당원자격 6개월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세월일 수 있는 윤리심판원을 제끼고, 아예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한 비상 징계였다. 정말로 다급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파장이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여성비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다, 정치권 일각에서 최 전 의원을 향해 “정치권을 떠나라”며 총공세를 퍼부은 마당이라 민주당으로선 사태가 잠잠해지길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그만큼 여의도 정치 지형을 순식간에 삼킬 수도 있는 ‘초대형 허리케인급 망언’이었다고 말하는 이도 많다. 이는 야당 내부 일각에서도 인정하는 바다.

발언 당사자는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최강욱 전 의원이다. 강성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다.

논란의 말은 최 전 의원이 지난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형배 의원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내놨다. 그는 동물농장 얘기를 꺼내면서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고 했다. 어디를, 누구를 향했는지는 삼척동자도 다 알법한 이 발언은 의도를 불문하고 수준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그대로 노출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암컷을 비하하는 말은 아니고’라며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한번 입에서 흘러나온 이 발언은 주워담을 수 없이 ‘초대형급 여성 비하’라는 여론의 뭇매를 피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쌍팔년도도 아닌 지금의 2023년에 나온 ‘암컷’이란 단어와 그 행간이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당혹스럽다”며 민주당 내부에서도 한참 선이 넘었음을 인정하는 기류도 존재한다. 그렇잖아도 성인지 감수성에 관한한 뒷말이 많았던 민주당이기에 더욱 당황스럽다는 얘기다. 야당의 한 당직자는 사견을 전제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진작 폐기됐어야 할 구닥다리 사고가 바탕에 깔린 이 발언은 역대급 실언”이라며 “엎지러진 물의 양이 넘치고 넘쳐, 그걸 어떻게 다시 담을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당장 국민의힘은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윤석열정부를 향한 이 발언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분노를 표했다. 김기현 대표가 선두에 나서 맹비난을 퍼부었고, 국민의힘 여성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듣도 보도 못한 천박한 막말이라고 비판하며 “정계를 떠나라”고 몰아세웠다. 여당 뿐만이 아니다. 정의당도 이런 분위기에 가세, 최 전 의원의 발언엔 뿌리 깊은 (여성)비하의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쯤 되면 혐오와 분열의 저급한 삼류정치로 대한민국을 오염시키는 사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정말로 해서는 안될 막말”-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당신이 했던 말들이 도끼가 되어 돌아갈 것”-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건국 이래 대한민국 정치에서 듣도 보도 못한 천박한 막말”-국민의힘 여성의원 기자회견

“부적절한 언어 실수가 아니라 깊이 박힌 비하적 관점의 문제임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김가영 정의당 부대변인

사태를 잠시 관망하던 더불어민주당은 바빠졌다. 이대로 두면 회복불능의 거센 불똥이 튈 것임을 예감했을 법 했다. 민주당은 막말이 터진뒤 이틀만인 지난 21일 최 전 의원에게 언행을 조심할 것을 엄중히 경고했다. 당은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이 최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국민에게 실망과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잘못된 발언”으로 규정하며 이같이 조치했다고 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앞으로 각별히 더 언행에 유의할 것이며, 여러 발언으로 상처 입으시고 불편함을 느끼셨을 국민께 다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낮은 자세를 취했다.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아예 보도자료를 내놓고 “‘암컷’이라니, 눈과 귀를 의심했다. 민주당의 도덕성 상실이 당의 시스템으로 굳어졌다”고 한탄했다.

어쩔 수 없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야 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언행은 언제나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하고 또 그렇게 평가된다”고도 했다. 최 의원의 발언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읽혔다. 다만 최 전 의원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다. 다음날 최 전 의원에 대한 전격적인 당원자격 정지 결정이 나올때까지 전날까지의 야당 분위기는 이처럼 침울했다.

최 전 의원은 왜 역대급 막말을 했을까

그동안 극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정치 현장에서 강성 발언을 많이 해왔다고는 하지만, 최 전 의원은 본인의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는 역대급 실언을 왜 하게 됐을까.

정치권에선 최 전 의원의 조급함과 분노가 작용했다고 본다. 거기에 마지막 기댈 언덕인 팬덤층을 의식한 것이 합쳐지다 보니 뒷생각 없는 무리한 멘트가 나왔다는 것이다. 최 전 의원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역임했고, 소수정당이긴 하지만 열린민주당 당대표를 거친 인물이다. 친명의 기반인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처럼회’의 핵심멤버이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는 가볍지 않은 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최 전 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했다는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9월 대법원으로부터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는데 충격이 컸던 것 같다”며 “승복하고 싶지 않은데다, (의원직 상실로)존재감이 잊혀지지 않기 위해 연일 강성 발언을 해오다보니 이번엔 되돌릴 수 없는 무리수 망언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최고위로부터 비상 징계를 받기 전까지 최 전 의원은 의원직은 잃었으나 당원 자격은 유지한 상태였다.

최 전 의원은 의원직 상실 후 곳곳의 민주당 공식 행사를 꾸준히 참석하며 억울함을 호소해왔으며 “복수하겠다”는 배수진성의 말을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본인으로선 너무도 억울해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다는 뜻이다. 최소한 의원직을 상실한 지난 9월 이후 행보를 감안하면 그는 두달간 윤석열 정부나 여당에 ‘칼날의 혀’를 갈아온 셈이다. 당연히 팬덤층의 응원을 자신하면서 말이다.

정가 일각에선 이번 파동에서 교훈을 얻고, 여든 야든 팬덤정치에 일정한 거리를 둬야 막말정치가 희석되고 선진정치에 입문할 수 있다는 자성론이 대두된다. 팬덤에 취해 특정인에 대한 조롱과 비하, 상대편에 대한 독설과 저주를 일삼다가는 이 화살이 언제든지 돌아오는 법이고, 결국 정치권 전체를 갈등과 반목으로 물들이는 패턴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야당은 물론 여당의 가볍지 않은 인사들이 막말을 남발해왔는데, 이를 근절치 못하면 하류정치 소리는 물론 정치권 기반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위기감 역시 작지 않아 보인다.

팬덤을 지나치게 의식해선 안된다는 지적은 이번에도 많이 나왔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22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 “정치권에도 금도(襟度)가 있는데, 강성 지지층은 환호할지 몰라도 끌려다니면 망하는 것”이라고 했다. 팬덤정치는 정도가 아니며, 결국은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병욱 경희대 교수는 국회라이브 집중토론에서 “선거가 다가오면서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강성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정치인으로서의 최소한의 품격이 유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늘 그렇지는 않지만, 막말과 실언의 바탕이 대개 지지세력 결집용과 표심 겨냥이었다는 점에서 그것과의 이별을 촉구한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 전 의원의 이번 발언 파장이 인간에 대한 예의(매너)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멘트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내놨다. 그는 22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최 전 의원에 대해 “진짜 인간이 되기는 틀렸다”고까지 했다. 그는 “만약에 우리 회사에 이런 직장동료나 상사가 있다고 쳐보면 정말 싫을 것 같다. ‘나는 늙어도 낡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런 생각마저도 드는 거다. 너무 참담하니까”라고 했다. 지난해 성희롱 의혹 발언으로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되는 등 여러가지 잡음을 일으킨 최 전 의원에 대한 류 의원의 시각은 이처럼 냉소적이다. 여당의 한 3선 의원 역시 “최 전 의원은 이번에 주워담을 수 없는 엄청난 막말을 함으로써 예의와 존중이 없는 인물이란 이미지로 치명상을 입었다고 본다”며 “기본적 매너도 잃었다는 것에 안타깝다”고 했다.

여당과 야당은 당장 내부 입조심을 신신당부하는 분위기다. 특히 총선이 다가올수록 개인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돌출발언을 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최 전 의원의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당을 중심으로 지나친 언행을 삼가라는 뜻이 직간접적으로 아래로 전달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 하나. 지난 2021년 6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열린우리당 대표였던 최 전 의원을 방문한 적 있었다. 둘은 2018년 채널A 시사프로그램인 ‘외부자들’에 함께 출연했고, 미운정 고운정이 든 사이였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같이 방송하던 추억이 떠오르는데, 생각하는 바가 모두 일치할 순 없지만 굉장히 매너있게 여러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최 전 의원이 매우 매너 좋은 사람이었다고 덕담을 건넨 것이었다. 정치무대에서 빅스피커로 활약했던 둘의 몇년전 대화, 묘한 느낌을 준다.

박정환과 김승진, 승부보다도 아름다웠던 매너

매너 얘기가 나왔으니, 바둑 얘기를 꺼내본다. 바둑을 정치와 연결해 글을 쓰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 있는데, 며칠전 상징성 있는 사례가 생겨 그렇다.

박정환(오른쪽) 프로9단과 중국의 롄샤오 9단이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열린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 첫째날 경기에서 바둑 대결을 펼치고 있다. [한국기원]

#1.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열린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 첫째날 경기 한 장면. 박정환 프로9단과 중국의 롄샤오 9단이 격돌했다. 대국한지 4시간이 조금 넘은 시간까지 흐름은 박 9단의 편이었다. 그때 인공지능은 70% 대 30%로 박 9단의 우세를 점쳤다. 좌하귀에서 좌중앙까지 이어지는 사활을 고민하던 롄샤오 9단은 일종의 승부수를 던졌고,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놀랄 일은 이때 벌어졌다. 마지막 초읽기까지 쓴 롄샤오 9단이 초시계 버튼을 ‘10(ten)’ 이후 누른 것이다. 무조건 아홉을 셀때까지는 착점을 했어야 했다. 곧바로 ‘타임오버(time over)’라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시간패가 결정된 것이다. 프로 세계의 승부는 사투 그 자체다. 패배는 죽음 못잖은 아픔이다. 조치훈 9단이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고 한 것은 승부세계에서의 패배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대변해준다. 롄샤오 9단 역시 그랬을 것이다. 게다가 바둑으로 겨룬 승패가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시간패에 더욱 당황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롄샤오 9단은 승복 못하는 눈치였다. 박 9단이 패배자의 아픔을 쓰다듬기 위해 복기(보통 바둑에선 복기를 통해 진 사람은 마음을 달래고, 이긴 사람은 겸손한 상태에서 지나간 돌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거친다)를 청했을때도 응하지 않았다. 10여분 동안 미동도 않은채 말도 없이 화난 표정만 지었다. 상대방인 박 9단 역시 머쓱한채 계속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겨우 진정이 됐는지, 롄샤오 9단이 바둑돌을 집어 바둑통에 하나하나 넣으며 정리 수순에 돌입하자, 박 9단 역시 같은 모습을 취했다. 박 9단이 흑을 잡았으니 흑돌을 하나하나 걷어냈고, 백을 잡은 롄샤오 역시 말없이 흰돌을 바둑통에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판 바둑판에 백돌 하나가 남았다. 롄샤오가 미처 담지 못한 것이다. 문제의 장면은 여기서 나왔다. 본인의 백돌이므로 당연히 롄샤오가 집어 자신의 바둑통에 담아야 하는데, 그는 그걸 봤는데도 못보기라도 한 것처럼 손도 안대고 냉큼 대국장 밖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그 한알은 박 9단이 집었고, 롄샤오의 바둑통에 담아줬다. 박 9단은 대국후 기자들이 인터뷰를 청하자 정중히 거절했다. 바둑으로 승리를 거둔 게 아니고, 시간승을 거둔 것이라 별로 할말이 없는데다 롄샤오의 시간패 아픔 앞에서 괜히 이런저런 자랑을 할 수 없다는 배려가 담긴 행동이었다. 결과적으로 박 9단은 바둑도 이겼고, 매너에서도 승리했다. 거꾸로 롄샤오 9단은 바둑도 졌고 매너에서도 졌다.

#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또다른 장면. 지난 19일 2006년생의 바둑신예 김승진 4단과 LG배 우승자이자 중국 랭킹 4위의 강호 딩하오 9단과의 승부. 이날 대결은 누가봐도 딩하오 승리가 당연시됐다. 김 4단은 삼성화재배를 통해 바둑인생 최초로 세계대회 본선 무대에 오른 무명의 기사였고, 딩하오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최정상 프로기사였다. 다만 사흘전 열린 32강전에서 김 4단이 일본의 쉬자위안 9단을 누르는 파란을 연출했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배제할 수 없는 경기이긴 했다. 역시 딩하오는 까다로운 선수였다. 한때 김 4단이 우세로 흐름을 바꾸기도 했으나, 우변 전투에서 흑 8점을 상납(?)하면서 일시에 주도권을 빼았겼다. 이후 역전의 의지를 불태웠으나 역부족이었다. 인공지능은 이때 김승진의 한집반~두집반 불리를 예측했다. 세계 최정상 기사를 상대로 바둑 둘곳이 별로 없는 끝내기 수순의 대결에서 한두집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상대방의 엄청난 착각과 실수가 있다면 모를까, 승패는 불변 흐름이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는데 196수를 두곤 깨끗이 돌을 거둔 것이다. 잠시 유튜브 시청 댓글창에선 난리가 났다. “악착같이 끝까지 따라 붙어야지, 왜 포기하느냐”, “승부사 기질이 없다”는 비난의 글도 달렸다.

바둑신예 김승진(왼쪽) 프로4단과 LG배 우승자이자 중국 랭킹 4위의 강호 딩하오 9단이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대회에서 승부를 펼치고 있다. 김 4단은 이날 멋진 승복을 보여줌으로써 매너남 소리를 들었다 [한국기원]

유튜브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은 달리 봤다. 오히려 칭찬했다. “대형 스타 기질을 가진 신인이 탄생했습니다.” “김승진 4단 멋지네요”. 그의 말은 이랬다. 김 9단에 따르면, 한두집 불리하니 더이상 판세를 뒤집을 수 없는 확신도 실력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질 것이므로, 싹싹하게 돌을 거두는 것도 바둑과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다. 판세를 정확히 볼 수있는 실력을 가진 사람만이 돌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질 것이 100%인데 상대방 실수만 바라는 꼼수만 연구하고, 결국은 꼬장을 부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둑 매너는 아니라는 것이다. 김 9단은 “김승진 4단을 ‘무명의 선전’으로만 봤는데, 다시 봤다”며 “대성할 수 있는 신예”라고 했다. 실력도 짱, 매너도 짱인 김승진 4단에 대한 그의 결론은 ‘될성 부른 놈은 떡잎부터 다르다’였다. 매너는 이렇듯 다른 사람을 춤추게 한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킹스맨 곱씹어라

최 전 의원의 막말 파동을 둘러싼 뉴스들을 보니, 댓글 역시 분노와 실망을 표하는 게 주류다.

“입에 오르는 단어가 그 사람의 수준을 말한다”, “제발 정치인들 생각이란 걸 하고 말하세요”, “진짜 이건 아니다” 등등은 정말 점잖은 표현이다. 댓글 중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이것이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 잘 알다시피 유명 영화 킹스맨의 명대사다. 킹스맨이 덜떨어진 인간들 혼내기 직전 툭 던진 이 대사는 잊을 수 없는 명장면과 함께 두고두고 오버랩된다. 정치권이 보통사람들도 다 아는 ‘매너’의 의미를 이해하고 재습득하고자 하는 차원에서라도 킹스맨을 한번 곱씹어봐야 할 때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살벌한 댓글도 넘친다. 유난히 큰 상처를 입은 것인지, 뼈아픈 댓글 하나가 보인다. 단단히 노했나 보다. “(암컷들이 설치는 건 잘 없다고 했으니)그렇다면 수컷이 설치는 건 많군요?” 이들의 뿔난 마음을 정치권은 어찌 달래고 어찌 풀꼬.

김영상 논설실장/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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