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새누리당 당직자 공채 출신

“분쟁만 가득한 21대 국회…사람의 문제”

“꿈 없는 정치인이 미래 설계할 수 있나”

“변화 대응 가능한 세대로 정치교체 해야”

배철순 국민의힘 전 법률지원팀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배철순 국민의힘 전 법률지원팀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 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스물여섯 번째 순서로 배철순 경남국정과제연구소장을 만났다.

1979년생인 배 소장은 2005년 젊은 나이에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당직자 공채로 정치권에 처음 발을 디뎠다. 지금도 40대 중반으로 정치권에서는 젊은 인재에 속하지만 경험은 누구보다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신의 고향인 경남 창원의창으로 내려와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Q. 당직자·실무자로는 베테랑이지만 선출직 정치인으로서는 신인이다.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린다.

“직군으로 설명하자면 정당인이겠다(웃음). 2005년 한나라당 사무처 공채로 들어왔으니 이제 20년 가까이 됐다. 당에서는 주로 회계,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실장 등 주로 전략을 세우거나 기획 분야 일을 했다.

2017년도에는 당무감사실이 정당개혁의 일환으로 처음 만들어져서 실장직무대행을 했다. 당내 사건사고 관련해 경찰·검찰·법원 역할을 모두 한다고 보면 된다. 외부에서 공격이 들어올 경우 변호하는 역할도 했는데, 당무감사실을 안착시킨 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큰 업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Q. 사회 초년생부터 최일선에서 정치를 지켜봤다. 17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지켜본 셈인데, 21대 국회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정치는 없고 분쟁만 있었던 국회였다.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이 서로 갈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다만 그 과정 속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협의점은 찾아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21대 국회는 유독 협의가 없었던 것은 물론 협의를 하려는 의사조차 없었던 것 같다.”

Q. 매회 국회가 끝날 때마다 “이번이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라는 계속 발전하는데 정치는 왜 퇴행하나.

“2005년 한나라당 사무처 공채로 입사한 뒤 오랜 기간 정당에서 활동했고 그 변화상을 지켜봤다. 정치가 매번 더 갈등과 분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국민의 실망감 또한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 문제가 없다면 이유는 분명 사람에게 있을 것이다. 결국 정치인들이 문제인 것이다.

작금의 정치인들의 문제는 꿈이 없다는 것이다. 훌륭한 경력을 갖추고 국회의원이라는 자리에 왔고, 더 이상 큰 꿈을 가지지 않고 편안히 자리에 안주하려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이런 현상에는 물리적 나이도 어느 정도는 작용한다고 본다. 꿈과 비전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더 큰 꿈을 위해 국가와 정당의 발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소장파 같은 분들이 예전에는 있었다.”

배철순 국민의힘 전 법률지원팀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배철순 국민의힘 전 법률지원팀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극단적 대립의 원인이 제도에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당의 사무처 직원으로 국회 안에서 벌어졌던 몸싸움까지 참여해 봤던 경험이 있다.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에 몸싸움은 사라졌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국회가 선진화됐다고 말할 수 있나. 몸싸움이 있었던 시절에도 치열한 다툼 이후에는 합의점을 찾았고 국회의 품위를 되찾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제도는 이미 실패했다.”

Q. 그렇다면 국회가, 정치권이 달라지기 위해서 어떠한 해법이 있을까.

“결국은 사람이다. 이제는 기성의 정당들이 국회라는 시장에서 내세울 상품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첫 단추는 당연히 공천이다. 이번 총선에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꿈이 있는 상품을 내세우고, 그 상품이 성공적으로 입성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변화를 가져올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세대교체를 위한 공천이 답이라는 얘기인가.

“세상은 급격히 변하는데 지금의 국회의원들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정치와 국민과의 괴리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일수록 오히려 그 경험에 얽매여 변화하지 못하게 되는 격이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령별 구성을 보자. 2030은 고사하고 40대도 손꼽힐 정도로 적다. 대부분은 5060이다. 지금 국민의힘을 가장 지지하지 않는 연령층이 40대인데, 이분들의 경험과 우리당 의원들은 최소 10~20년 이상 떨어져 있다. 그 10년 사이 우리 사회 변화를 생각해 보라. 스마트폰·빅데이터·AI·가상화폐·전기차가 등장했다.”

Q. 지금까지 수많은 청년 정치인들이 등장했고, 초선으로 물갈이도 많이 됐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되려 기존 정치인들보다 더 구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청년 정치인이나, 초선 의원들에 대한 실망감이 있는 것은 알지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제대로 된 청년정치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시간도, 공간도 주어진 바가 없다. 최근 신인규 전 부대변인이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창당을 하러 나섰다. 정당개혁 활동을 오랫동안 했지만 이런 청년들에게 과연 우리 당이 어떤 기회를 부여했는지 돌아보면 부끄러운 마음이다.”

Q. 국민의힘에서 청년 정치를 말한다면 이준석 전 대표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당직자로 있으면 많은 청년 정치인을 만났고, 이 전 대표가 2012년 비대위원으로 입당할 때부터 지켜봤다. 정치용어 중 ‘계파’라는 게 있는데,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게 보지 않는다. 정치적 생각과 뜻을 같이하는 소모임과 같은 것이고, 과거에는 유명 정치인의 이름을 딴 계파들이 있었다. 그런데 계파를 만든 정치인은 따지고 보면 생각보다 적다. ‘이준석계’라는 계파를 만든 자체가 대망을 꿈꿀 수 있는 요건이 되기도 한다.”

Q.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사실상 신당 창당을 예고하며 국민의힘에 악재가 될 수도 있는데.

“신당이든 어떤 방식이든 큰 선거를 앞두고 결국은 한 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키게 되지 않겠나. 지금이야말로 이준석계가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실패할 것인지 기로라고 본다. 원내 입성까지 성공한 이준석계가 만들어진다면 분명 큰 정치인이 될 수 있는 (당의) 자산이다.”

배철순 국민의힘 전 법률지원팀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배철순 국민의힘 전 법률지원팀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 최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친윤·중진·지도부 용퇴를 권고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인 위원장이 혁신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잘 안다. 다만 친윤이라고, 중진이라고, 지도부라고 모두 용퇴하라는 것은 자칫 당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정말 한 석이 아쉬운 상황인데 현재 그 자리를 지키는 분이 아니라면 의석을 유지하는 것이 힘든 지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용퇴의 기준이 다선이나 고령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 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이 없다면 당에 혼란만 커질 수 있다. 인 위원장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혁신을 위해 한 말이지 모든 분들을 일괄적으로 용퇴 대상으로 삼았다고 보진 않는다.”

Q. 오랜 실무자 생활을 접고 이제 ‘선수’로서 뛰겠다고 결단을 했다. 결단한 배경이 무엇인가. 또 지역구를 경남 창원 의창을 선택했는데 어떤 이유가 있나.

“사실 당직생활을 20년 정도 하게 되면 출마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 것을 떠나 ‘이제는 내가 직접 나섰을 때 조금 더 잘할 수 있겠다’ ‘더 많은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실 경험을 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창원을 선택한 것은 고향이기 때문이다. 창원초등학교부터 창원중학교, 창원고등학교를 다녔다. 주변에서 너는 창원대학교만 다니면 되겠다는 농담도 듣는다. 창원이 아닌 다른 연고를 주장하기가 개인적으로는 힘들 정도로 강력한 이력이다(웃음).”

Q. 20대 때 보수정당을 선택해 근무했고, 보수정당에서 출마를 할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치세력으로서 국민의힘은 대안이 될 수 있나.

“소설가 복거일 선생이 보수정당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논한 글이 있다. ‘보수라는 것은 참 틀리기 힘들다’ ‘우리 사회의 안정적 기반을 바탕으로 하기에 보수의 주장과 논리가 완전히 그르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존중하며 일하는 것이 보수정당인으로서 얼마나 행복한가라는 내용으로 받아들였다.

현 대한민국이 많이 힘들고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존중받는 훌륭한 나라다. 혁명 수준의 변화가 필요한 불안정하고 불공평한 나라는 아니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체제가 부정될 이유가 없다. 집권 여당이자 정통성 있는 보수정당으로 국민의힘이 대안이 되는 이유다.”

Q. 마지막으로 국민과 유권자들께 하고 싶은 말.

“윤석열정부 2년 차에 접어들었다. 내년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3년 차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는다는 가정을 해도 2025년도 예산안을 편성하고 4년 차에 집행을 한다. 마지막 5년 차에는 대선 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생각보다 많은 전투력이 요구되고, 빠르게 실무적인 일을 해낼 인재가 필요하다. 정치 경험을 갖춘 현실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윤석열정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꼭 주시길 국민께 간절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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