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 외친 尹, 소프트파워 고리로 안보·경제 동시공략…나흘간 국빈방문 마무리

다우닝가 합의 채택…한영 FTA 개선 및 반도체·원전 협력 MOU도

파이브아이즈와 사이버안보 네트워크 기반 구축

국빈 만찬서 건배하는 尹·찰스3세
국빈 만찬서 건배하는 尹·찰스3세

(런던 AP=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찰스 3세 국왕과 건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의 초대로 지난 20일 영국을 방문했다. 2023.11.23 danh2023@yna.co.kr

(런던=연합뉴스) 안용수 이동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3박 4일의 영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다.

찰스 3세가 초청한 첫 국빈인 윤 대통령은 이 기간 영국 왕실·정계·경제계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며 영국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영국과 국방·안보 협력을 창출하고, 경제 협력은 한 단계 도약시키는 ‘두 마리 토끼’ 전략을 썼다.

이 과정에서 양국의 문학·음악·스포츠 등 소프트 파워도 적극 소환됐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영국이 한국전쟁 당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인을 파병했던 점을 거론하며 “혈맹의 동지”, “피로 맺은 우정” 등 표현을 반복해서 썼다.

버킹엄궁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찰스 3세 영국 국왕 탑승 마차
버킹엄궁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찰스 3세 영국 국왕 탑승 마차

(런던=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탑승한 마차가 21일(현지시간)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이 끝난 뒤 버킹엄궁으로 향하고 있다. 2023.11.21 zjin@yna.co.kr

◇ 마차행진 등 영국왕실 환대…셰익스피어·윤동주·손흥민 소환

윤 대통령은 21일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외국 정상의 방문 형식 중 최고 수준 예우인 국빈 방문인 만큼 윌리엄 왕세자의 숙소 마중, 왕실 근위대 사열 등 그에 걸맞은 의전이 수반됐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영국 왕실의 상징인 ‘황금마차’를 타고 국빈 오찬 및 만찬 장소인 버킹엄궁까지 행진했다.

찰스 3세 국왕은 만찬에서 영어로 번역한 윤동주 ‘바람이 불어’ 한 구절을 낭송하며 환영했고, 운 대통령도 셰익스피어 작품의 한 구절로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영국 의회에서 영어 연설을 하면서도 “영국이 비틀스·퀸·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갖고 있다면, 한국엔 BTS·블랙핑크·오징어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습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결국 ‘하드파워’로 대표되는 군사력·경제력 증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를 통해 형성한 친밀감과 신뢰가 수반돼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통용되는 영국 왕실 또한 영국의 대표적인 ‘소프트파워’로 평가되기도 한다.

다우닝가 10번지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
다우닝가 10번지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

(런던=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 리시 수낵 총리와의 한영 정상회담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2023.11.23 zjin@yna.co.kr

◇ 다우닝가 합의에 협력 총망라…사이버 파트너십도 체결

국빈 방문 사흘째인 22일에는 양국 간 국방·안보·방산·경제·첨단 과학기술·인적 교류 등 협력을 총망라한 결과물이 나왔다.

윤 대통령과 리시 수낵 총리가 회담 후 서명한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서다. 이 문서에는 총 45개 과제의 이행계획이 포함됐다.

양국은 외교·국방 장관급 2+2 회의 신설, 합동 군사 훈련,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해양 공동 순찰 등을 문서에 명문화했다.

한영 국방협력 양해각서나 방산 파트너십 체결도 추진한다.

양자(퀀텀)·AI·반도체 등 첨단과학기술 분야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

특히 AI·양자 기술은 적 미사일 무력화 등 군사기술로 변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보와도 직결된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양국 정상은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도 별도로 체결했다.

미국에 이어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과 사이버 안보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가교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은 미국 주도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속해있다. 또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당사국이기도 하다.

'다우닝가 합의' 서명하는 한영 정상
‘다우닝가 합의’ 서명하는 한영 정상

(런던=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한영 정상회담을 마친 뒤 ‘다우닝가 합의’에 서명하고 있다. 2023.11.23 [공동취재] kane@yna.co.kr

◇ 반도체·원전 등 협력 가속화…원전 전 주기 MOU도

윤 대통령은 한영 비즈니스 포럼,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미래 포럼, 런던금융특구 시장 주최 만찬 등 경제 일정도 소화했다.

비즈니스 포럼을 계기로는 다양한 협력 MOU(양해각서)가 체결됐다. ▲ 반도체협력 MOU ▲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 해상풍력 MOU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기관 간에는 에너지·AI·방산·바이오·금융 등 분야에서 총 31건의 양해각서가 체결됐고, 원전 분야에서도 전 주기에 걸쳐 9건의 MOU가 체결됐다.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도 개시했다.

윤 대통령은 “한영 FTA 개선 협상 과정에서 양국 기업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디지털·공급망·에너지 등 분야 새로운 규범도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2024년부터 한영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연령 상한을 기존 30세에서 35세로 상향하고 대상 인원 또한 1천명에서 5천명으로 확대하는 약정 개정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찰스 3세 국왕과 작별 인사를 한 뒤 프랑스 파리로 이동해 2박 3일간 부산 엑스포 유치전을 펼칠 계획이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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