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경기 시작 전 대표팀 황의조가 애국가 연주 때 눈을 감고 팀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축구 국가대표 황의조(31·노리치 시티) 선수의 ‘불법 촬영’ 혐의를 놓고 황 씨와 피해자 측이 공방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 씨가 혐의를 부인하며 피해자 신상 일부를 공개해 ‘2차 가해’ 논란까지 번지자 피해자 측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2차 가해를 멈추라”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2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피해자는 기해자가 영상을 찍을 것이라고 늘 예의주시하고 (가해자가)휴대전화를 어딘가에 두면 촬영 중인지 알아야 하느냐”고 따졌다.

황 씨 측이 전날 ‘휴대전화를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촬영했고, 상대 여성도 이를 인지하고 관계에 응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셀프 유죄 인증'”이라고도 했다.

피해자가 황 씨가 휴대전화를 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최소한 명시적으로 동의한 적 없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촬영물을 피해자와 함께 봤다는 황 씨 측 주장에도 “가해자가 불법 촬영 후 피해자에게 이런 게(촬영물) 있다고 알려준다고 해서 ‘동의’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동의해 찍었다면 왜 교제 중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했겠는가”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황 씨가 피해자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과 통화 녹취록도 일부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6월 영상 유출 후 피해자가 통화에서 황 씨에게 “내가 싫다고 분명 얘기했고 그날도 그렇게 얘기했다”고 하자 황 씨는 “찍었을 때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고 했다.

피해자가 “어찌 됐든 불법 촬영 행동을 한 건 너도 인정해야 한다. 근데 여기서 잘 마무리해주면 법적 조치는 취할 생각이 없다”고 하자 황 씨는 “그걸(유포) 최대한 막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황 씨는 다만 통화 후 피해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불법으로 촬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유하고 있던 걸 도난 당한 건 내 부주의니까”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에 대해 “처음 통화에서는 반박하지 못하다가 그 후 갑자기 수습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불법 촬영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 [연합]

이 변호사는 황 씨 측을 향해 2차 가해를 멈추라고 경고했다.

황 씨 측은 전날 입장문에서 “피해 여성의 신원이 노출될까 우려해 공식 대응을 자제해왔다”며 피해자의 직업과 결혼 여부를 공개해 2차 가해 논란이 일었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이자 명백히 피해자를 향한 협박과 압박”이라며 필요시 고소장을 내겠다고 했다.

그는 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황 씨 형수 A 씨의 영장 심사 과정에서 A 씨가 “황 씨가 지인들과 불법적으로 촬영물을 공유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또, 촬영물 유포 피해자가 한 명 더 있고 이 피해자는 유포와 관련해 황 씨의 부탁으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한편 황 씨의 전 연인임을 주장하며 영상물을 SNS에 유포한 당사자가 황 씨의 형수인 것으로 밝혀졌다는 전날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황 씨 측은 이날 오후 다시 입장문을 냈다.

황 씨 측은 “황의조 선수와 가족들은 형수의 결백을 믿고 있다”며 “형과 형수는 황의조 선수를 음해할 어떤 동기도 없는 사람들이다. 형제간 금전 다툼이나 형수와의 불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황 씨 측은 “영상 유포 및 협박이 동일인의 소행이 아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고 전문적, 조직적인 자들의 소행일 확률을 의심하고 있다”고도 했다.

경찰은 최근 황 씨의 형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SNS에 ‘소속사와 협의가 안 되면 추가 폭로하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린 혐의(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로 남성 B 씨도 지난 8월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

축구대표팀 황의조 불법촬영 혐의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소재 사무실에서 황의조 측 입장문에 대한 반박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의조와 피해자의 메신저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

한편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은 황 씨를 연신 감싸며 소속팀과 대표팀에서의 좋은 활약을 기대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2연전을 승리로 이끈 클린스만 감독과 한국 축구대표팀은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날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황 씨의 범죄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계속 대표팀에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는데, 입국하면서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는 우리 선수”라고 정의한 후 “아직 혐의가 정확히 나오거나 입증된 게 없다”고 했다.

그는 “황의조는 정말 많은 것을 갖춘 좋은 선수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를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차출할 의사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소속팀 노리치에 돌아가서도 많은 득점을 올리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했으면 한다”며 “대표팀에서도 큰 활약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황 씨는 성관계하는 상대방을 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황 씨는 합의 촬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황 씨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대환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당시 연인 사이에 합의된 영상”이라며 “황의조 선수는 현재 해당 영상을 소지하고 있지도 않고 유출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은 황의조 선수가 영상 유출의 피해자로 시작된 것”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게 된 황의조 선수의 과거 연인에 대해서 깊은 유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는 황 씨 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 중이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