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커리어우먼들과 릴레이 ‘셀소(셀프소개팅)’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현직 의사의 연애 잔혹사가 누리꾼들을 웃음 짓게 했다.
최근 블라인드에 의사임을 인증한 A씨가 ‘셀소 9개월 동안 해본 후기’라는 글을 올렸다.
30대 초반으로 키가 작다는 그는 “벚꽃은 여자랑 보러 가고 싶다는 마음에 지난 3월부터 셀소 쪽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며 잠깐 스쳐 지나갔던 여성들을 감정 평가한 비망록을 공개했다. (이하 1인칭 시점 서술)
1. 20대 후반 초등학교 교사
키가 160cm대 후반으로 나랑 키가 얼마 차이 나지 않았다. 사진보다 실물이 나았는데 전체적인 외모는 평범에서 중하 수준. 그래도 성격이 쾌활하고 운동 좋아하는 소녀같은 느낌이었다.
호감이었던 첫인상은 두 번째 만남에서 어그러졌다. 플레이트에 놓인 파스타를 집게로 덜어가지 않고 자기 포크로 음식을 휘저으면서 먹더라. 식사 예절에 실망해 정중하게 바이바이했다.
2. 역시 20대 초등학교 교사
1번과 달리 키가 150cm대 초반으로 매우 작았다. 화장도 조금 진했고 처음부터 과하게 팬옷을 입고 나와 부담스러웠다. 높은 힐과 액세서리 주렁주렁. 생전 그렇게 큰 귀걸이는 TV에서 말고 실물로는 처음 봤다.
첫 만남 때 저녁을 사는지라 두 번째 만남 때 반주도 같이 할 수 있는 저녁을 대접했는데 혼자 취해서 전 남친 얘기만 늘어놓더라.
다음날 아침 정중하게 거절 문자 보내려고 보니 새벽 동안에 ‘남자로 안 보인다’는 거절 문자가 와 있었고 카카오톡이 차단당했다.
3. 30대 초반 새회사(직원 수 100명 미만의 기업)
1살 연상인데 키는 좀 작았지만 얼굴은 예뻤다. 만나자마자 “저녁도 당연히 먹을 거죠?”라고 앞서 가더니, 미리 준비해왔는지 자기가 먹고 싶은 고급 이자카야 집을 핸드폰으로 보여주더라.
친구랑 저녁 약속 따로 있다고 둘러대자 그러면 잘됐다고 자기도 친구 부를 테니 2대2로 이 집 가서 사달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잘못 들은 줄 알고 귀를 의심했다.
호구 잡으려고 작정했구나 감지한 나는 화장실 간다고 하고 그대로 런해버렸다.
4. 20대 후반 공기업
사진이랑 완전히 다른 사람이 나와 놀랐다. 5년 전 모습이라는데 공부, 직장 스트레스로 살이 약간 쪘다고 하더라. 내가 보기에는 최소 20kg 이상은 부은 거 같다.
마음을 다스리고 대화는 해보자 했는데 ‘근데 키가 좀 작으시네요’라고 시비를 걸더라. ‘의사로서 충고드리는데 비만은 만병의 근원입니다’라고 했으니 얼굴이 울긋불긋해지면서 갑자기 화장실 갔다 온다 하더니 안 돌아오더라.
5. 30대 초반 공무원
나이는 동갑이고 키는 평균에 단아하게 생겼다.
두 번 만나는 동안 계산하는 순간마다 사라지더라. 화장실 가거나 통화하러 가거나. 세 번째 만남 때 저녁까지도 계산할 생각이 없어 보여 “오늘은 더치페이 어떻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다음번 만나면 사겠다고 하더라.
잠깐 화장실 간다고 자리를 떠서 카운터에서 절반만 계산하고 나왔다. 젠틀하게 톡 보내니 바로 보이스톡 오길래 꺼버리고 차단했다.
6. 30대 초반 비서
사진 교환했는데 아이유 살짝 닮기도 했고 본인도 종종 그렇게 듣는다고 바람을 넣어서 솔직히 기대하고 만났다.
근데 아이유보다 키는 훨씬 큰 신봉선이 나와 있더라
자꾸 본인이 아이유 닮지 않았냐고 반복해서 물어보는데 그냥 맞는다고 맞춰졌다.
대화는 재미있게 했던 것 같은데 사귀게 되면 아이유 닮았다고 자가 최면 걸면서 공주 대접해드릴 자신이 없어서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날렸다.
몇 년 전부터 블라인드에서 유행하는 셀소는 자기소개를 한 뒤 원하는 애인상을 밝혀 직접 소개팅 상대를 찾는 것이다. 직업, 나이뿐 아니라 연애관, 선호하는 데이트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해 원하는 조건의 상대를 만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블라인드에서 이처럼 익명의 셀프 소개팅이 유행하는 이유는 서로가 다니는 ‘직장’이 인증되기 때문이다. 블라인드는 회사 메일을 인증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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