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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 올해 5월 서울 영등포구 한 오피스텔로 이사한 직장인 김모(29) 씨. 새로운 보금자리에 필요한 물품들을 알아봤다. 그런 중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에 입주민들로 구성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빨랫대를 준다는 한 입주민의 제의에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MZ세대(1980년생부터 1990년대 초중반생인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생인 Z세대) 사이에서 필요한 물품을 서로 나누거나 공동구매하는 사례가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고물품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같은 동네에 사는 입주민들로부터 각자 필요한 물건을 비용 없이 나눠 갖는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피스텔 입주민들이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나눈 물티슈와 빨랫대, 테이블. [독자제공]

김씨는 입주민들이 이사를 가면서 필요 없게 된 물품들을 가질 사람들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릴 때마다 획득할 수 있었다. 별도 비용 없이 구매한 물품만 빨랫대, 행거 등 다양하다. 최근 주택가를 중심으로 빈대가 출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거세지던 와중에 벌레약을 다같이 사자는 한 입주민의 제안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약을 공동구매하기도 했다. 김씨는 “실제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어도 족히 3만원 이상 냈어야 할 물품들인데,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서울 영등포구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이모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오피스텔 입주민들로부터 물티슈 8통을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큰 금액이 필요한 물품들은 아니지만, 이런 물품에 하나하나 돈을 들이지 않으니 쏠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임금 인상은 낮고 물가는 치솟는 상황 속에서 필요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의 말처럼 물가가 상승하는 것에 비해 임금 인상률은 대체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전날 통계청의 ‘2023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1~3분위의 3분기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해당 기간 물가상승률(3.1%)보다 낮았다. 분위별로 보면 2분위(272만7000원)는 0.3%, 3분위(422만 원)는 2.3% 증가에 그쳤다. 다만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4분위(624만7000원)와 5분위(1084만 3000원)는 각각 5.0%, 4.1% 증가했다.

소비지출도 감소세를 보였다. 올 3분기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23만 7000원으로 1년 전보다 0.7% 줄었다. 구체적으로 가정용품·가사서비스(-19.7%), 교육(-13.9%), 통신(-10.4%), 교통(-8.1%), 주류·담배(-7.2%) 등에서 지출을 줄였다.

전문가들은 젊은층들이 서로 필요한 물건을 나누고 공동구매하는 방식으로 소비를 절약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과거 이웃 간의 관계와는 달리 서로 개인주의를 지키며 실용성을 챙기는 양상의 공동체도 형성되는 것이라고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를수록 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연령대는 젊은층과 고령층인 상황에서 서로 필요한 물건을 공동구매하거나 나누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특히 이동이 잦은 젊은 세대들에게 그때그때 필요한 물간을 조달하고, 불필요한 물건은 다른 이들에게 넘기는 것은 고물가 속에서 슬기롭게 대처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들 경제적으로 어렵고 불안한 상황이라는 것을 공감하기에 서로 손을 내밀고 돕는 공동체 의식이 소비에 있어서 나타나는 것”이라며 “과거 이웃 사촌이라는 끈끈한 관계와 달리,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 서로 실용적이면서도 유연한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개인주의를 포용한 상태에서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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