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된 시스템 탓에 신속 조치 힘들어…전체적인 모니터링 나서야”

전문가들 “이번 사태, ‘보안 면역력’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 복구 상황은?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 복구 상황은?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 관련 복구 상황 등을 점검하며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2023.11.19 pdj6635@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정부 행정전산망이 ‘셧다운’된 지 24일로 일주일째에 접어들었지만, 그사이 유사한 장애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17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시도 새올행정시스템’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가 마비되면서 초유의 민원 서비스 마비 사태가 벌어졌다.

행정안전부는 먹통 사흘만인 19일 지방행정전산서비스가 모두 정상화됐다고 발표했지만, 또다시 주민등록시스템이 22일 일시 장애를 겪었다.

하루 뒤인 23일에도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서 1시간가량 불통 현상이 발생했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전산망이 복구된 이후에 크고 작은 장애가 터지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먹통 사태의 원인 규명을 조속히 발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용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일주일 새 전산망 장애가 잇따르는 원인에 대해 “초기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촘촘하게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류 사전 차단과 신속한 디버깅(오류 수정) 기능을 시스템 설비 시 마련하지 않은 채 단순히 ‘땜질’하는 수준으로 대응한다면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잠재적으로 쌓여있던 ‘버그’가 이번에 한 번에 터지는 게 아닌가 싶다”며 “아예 전산망 인프라를 구축했던 시기로 돌아가 설계부터 완공까지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산망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과 계약을 맺은 수많은 업체가 보안, 운영, 관리, 설비 등을 제각각으로 나눠서 담당하다 보니 신속한 원인 파악이 힘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조직과 담당 임무 등이 파편화한 탓에 재빨리 원인을 찾고 검수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이 순간에도 또 다른 버그가 어디서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노릇”이라고 우려했다.

윤주범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도 “정보관리원에서 여러 중소 업체가 다양한 장비나 서버를 관리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이를 관리하는 전담 부서를 만들고 인력을 할당해 업체와 장비 선정, 관리까지 전체적인 모니터링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행정전산서비스 장애 사과하는 고기동 차관
행정전산서비스 장애 사과하는 고기동 차관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 본부장인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정상화 관련 브리핑에 앞서 사과인사를 하고 있다. 2023.11.19 dwise@yna.co.kr

15년째 정보통신(IT) 분야에서 근무하는 개발자 이모 씨는 “지난 주말 발생한 전산망 사태처럼 모든 기능이 ‘셧다운’되는 것은 업계에서도 굉장히 드문 일”이라며 “정부는 이에 대한 원인 규명 보고서를 빨리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오류에 대비하지 못한 채 급하게 복구 작업을 펼치다 보니 다른 시스템을 건드려 새로운 오류가 터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제라도 QA(품질보증)와 QC(품질관리) 기술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쉬쉬하기보다도 이를 면역력을 키우는 ‘보약’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김정덕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는 “데이터베이스가 누적되면서 관리할 범위는 늘지만, 이를 노리는 해킹 기술은 발달한다”며 “오류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던 2020∼2021년 정부와 국민이 최선을 다해 방역 대책에 힘썼지만, 확진자는 급증했던 상황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이번 일을 사회적 보안 면역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아울러 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사이버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구체적인 원인 규명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을 요구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게 섣부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정보통신 업계 전문가는 “정확한 정부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뚜렷한 대책을 제언하기도,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추측성 원인 분석을 지양하고,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 논의는 공식 발표가 나온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행정전산망 복구 첫날 구청 종합민원실 풍경
행정전산망 복구 첫날 구청 종합민원실 풍경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정부 행정전산망 ‘새올 시스템’이 모두 복구된 20일 서울 종로구청 종합민원실에서 민원인들이 업무를 보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23.11.20 hwayoung7@yna.co.kr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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