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를 위해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타고 이동 중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인스타그램 캡처]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최종 투표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030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가 막판 총력전에 나선다. 오는 28일 최종 투표를 앞두고 치러지는 마지막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의 마음을 흔들 마지막 한방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PT와 투표에서 기호 1번을 배정받은 만큼 ‘부산 이즈 레디(Busan is ready)’에 ‘부산 이즈 넘버원(Busan is NO.1)’이라는 새 슬로건을 더해 최고의 엑스포 개최지로서 준비된 부산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리더들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 2박 3일간 열띤 유치전을 펼친다.

유치위는 마지막날까지 주요 회원국 정상급 인사를 상대로 외교전을 이어가는 동시에 막판 표심을 가를 키(key)가 될 5차 PT 발표에도 총력을 쏟을 방침이다. 특히 이번 PT는 부산엑스포 지지를 얻어낼 마지막 기회인 만큼 진정성과 역량을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그간 유치위는 2021년 12월부터 네 차례 진행된 경쟁 PT에서 ‘왜 부산인가’에 대해 설명하며 지지를 호소해 왔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1차 PT에서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라는 주제를 소개하며 부산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면 2차 PT에선 부산엑스포의 가치를 구체화하며 엑스포 유치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는 게 핵심이었다.

유치계획서 제출 이후 진행된 후반부 PT부터는 후보국 간 경쟁이 더욱 치열했다. 우리나라는 구체적인 엑스포 이행 방안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이에 3차 PT에서는 국제협력프로젝트 ‘부산 이니셔티브’ 시작을 선언하고 부산엑스포가 기후변화, 가난·질병, 빈부격차, 디지털 소외 등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공론의 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가수 방탄소년단(BTS), 영화 ‘기생충’ 등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배경으로 소개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자로 직접 참여한 4차 PT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범국민적인 엑스포 유치 열망과 올림픽·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 개최 경험을 강조하며 문화와 연대의 엑스포라는 지향점을 제시했다.

다가오는 결전의 날 우리나라는 기호 1번을 달고 무대에 오른다. 이에 숫자 1이 가지는 상징성을 살려 ‘부산 이즈 넘버원’을 부각해 가장 뛰어난 엑스포 개최지임을 각인시킬 계획이다.

발표자로는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나설 예정인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파리에서 BIE 대표단을 대상으로 교섭활동을 벌이고 있는 박형준 부산시장은 현지 분위기에 대해 “판세는 모든 사람이 한국과 사우디의 싸움이라고 평가한다.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치열한 접전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박빙의 승부지만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들이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23일(현지시간) 결전지인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가운데 유치위원회는 최종 PT에서 ‘부산 이즈 넘버원’이라는 새 슬로건으로 막판 총력전에 나설 예정이다. 런던 피카딜리 광장에서 삼성전자의 부산엑스포 홍보 영상이 상영 중인 모습 [삼성전자 제공]

2030엑스포 개최지는 28일 파리에서 열리는 BIE 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부산과 함께 경쟁하고 있는 도시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이탈리아 로마다. 유치전 초반에는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가 줄곧 앞서나가는 양상이었지만 우리나라가 몇 달 새 상당한 지지표를 확보하며 지금의 판세는 박빙이라는 평가가 BIE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유치위는 1차 투표에서 승부가 나지 않고 당일 이어지는 2차 투표에서 이탈리아 지지표를 대거 흡수해 이기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사우디 지지를 선언한 국가 중 적지 않은 수가 1차 투표에만 지지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2차 투표에서 이들의 표심까지 잡겠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엑스포 개최지는 BIE 회원국의 비밀투표로 정해지는데 첫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는 후보지가 나오면 유치권을 바로 가져가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상위 2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한편 민간유치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지막 순간까지 이곳에서 엑스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글을 올리며 유치 의지를 다졌다.

최 회장은 전날 자신의 SNS에서 “이제 정말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며 “처음 뛰어들었을 때는 승산이 전혀 보이지 않는 불가능한 싸움이었지만, 한국 정부와 여러 기업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결과 이제는 어느 누구도 승부를 점칠 수 없을 만큼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매일 새로운 나라에서 여러 국가 총리와 내각들을 만나 한 표라도 더 가져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각국 대표를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이는 사진과 함께 항공기 이코노미석에 앉아 있는 사진도 올렸다. “얼마나 일정이 촉박했으면 대기업 회장이 이코노미를 타느냐”는 댓글에 최 회장은 “탈 만하다”, “시간은 금”이라는 답을 달기도 했다.

통상 전용기로 이동하는 최 회장이 항공기 이코노미석까지 타게 된 것은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막판 유치 총력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갑자기 특정 국가 주요 인사와 약속이 잡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용기의 비행 허가를 받는 데 시간이 소요될 때도 있는데 하루이틀 기다려 전용기를 타는 것보다 빨리 가서 상대국 인사를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갑자기 예약하다 보니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게 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이달 초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최 회장은 13∼23일 중남미와 유럽 등 7개국을 돌며 엑스포 유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열흘간 비행 거리는 2만2000㎞로, 하루에 평균 1개국 정상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를 호소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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