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만나 자리에 앉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국민의힘과 혁신위원회 간 당 주류 인사에 대한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를 둘러싼 마지막 줄다리기가 시작된 모양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한 당은 혁신위의 ‘최후통첩’에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친윤(친윤석열)계 인사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혁신위가 당 주류 인사에 대한 희생을 압박하기 위해 결국 칼을 꺼내 들었다. ‘지도부·중진의원·친윤(친윤석열)계’ 인사에 대한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를 다음 주 공식 혁신안으로 의결해 최고위원회에 송부하기로 하면서다.

그동안 당은 인요한 위원장의 권고가 공식 의결 안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답을 미뤄왔다. 급기야 결단 대상자로 지목된 인사 중 일부는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까지 드러냈다. 지난 3일 인 위원장의 희생 요구 이후 3주가 지났음에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자, 혁신위는 결국 마지막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기현 대표는 현재까지도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는 상황이다. 그는 그동안 “당 대표의 처신은 당 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며 혁신위의 압박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인 위원장이 “어떤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 다음 주 목요일(30일) 회의에선 아주 강한 메시지가 담길 것”이라고 예고했음에도, 김 대표는 “활동 결과를 잘 지켜보도록 하겠다”라고만 답했다.

김 대표의 이같은 반응은 당내 여론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인 위원장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 납득할 만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는 나오는 실정이다. 수도권 험지 출마는 해당 지역에 경쟁력 있는 인물이 적합하지, 연고도 없는 지방 다선 의원이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인 위원장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납득되는 이유 없이 무조건 지역에 있는 사람을 서울로 가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어려운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도 “저항이 있어야 진짜 혁신안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공천 규정 같은 것을 건드리는 문제는 조금 뒤로 갔다면 순서상 낫지 않았겠나”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건데,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은 것 같다”며 “그렇다고 특정인의 이름을 언급하는 건 정치적으로 금도인데, (혁신위가) 개인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으로 당선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내 부정적 기류가 크다 보니 지도부도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고 당과 혁신위가 일정 부분 명분을 얻을 방안으로 친윤계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결단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15주년 창립 기념식 인사말을 통해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남 함양체육관에 버스 92대 4200여 회원이 운집했다”고 밝히며 세를 과시한 바 있다.

그렇다 보니 당내에선 장 의원이 지역구 사수를 위한 시위를 벌였다는 지적과 함께 친윤계 핵심인 장 의원이 희생한다면 당과 혁신위도 명분을 챙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한 당 관계자는 “그동안 세를 과시한 것도 있고 친윤계 사이에서도 상징성이 뚜렷한 분인 만큼,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한다면 여파가 있을 것”이라며 “혁신위도 이 정도면 반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이 결단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영남 중진 의원들이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감이 크다”며 “장 의원 역시도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을 것 같다. 무소속 출마는 대통령과 불협화음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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