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정권심판·중간평가 식은 적절치 못해

국회, 국민 대표기관으로서 역할 했는지 평가

민주당의 독주와 국민의힘의 무기력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제22대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에서는 총선 채비에 나서고,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임기 중에 실시되는 선거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나 심판이라고 규정한다. 심지어는 지난 10월에 실시된 서울 강서구청장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패배하자 일부에서는 이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나친 견강부회(牽強附會)다.

내년 4월 실시될 총선은 윤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되는 시기이므로 중간평가라는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재와 같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야당은 전략상 그런 프레임으로 몰고 갈 게 뻔하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총선을 정권 심판이나 중간평가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정권에 대한 심판은 대통령선거이고, 총선은 국회에 대한 심판이라 할 것이다. 지난 4년간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평가하고, 정당이나 개개 국회의원들의 잘잘못을 가려 책임을 묻는 선거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권에 대한 심판이나 중간평가, 견제라는 방향으로 몰고 간다면, 지난 국회가 잘못해서 국가와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어도 그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식이라면 구태여 혁신이나 정책개발 등 선의의 경쟁으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려 애쓸 필요도 없다. 정부를 무능하고 무기력하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는 게 훨씬 더 수월하고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이 그런 모습이다.

이번 21대 국회를 돌아보면 거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독주와 소수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의 무기력함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177석의 힘으로 전반기 국회에서는 전체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독식했다. 자신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전두환 정권 시절인 12대 국회에서 그랬었지만, 그 이후에는 없던 폭거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입법 독주를 일삼았다. 그런 오만함으로 말미암아 민심이 이탈하고 결국에는 정권을 내주는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야당이 된 후에는 그 힘으로 정부를 무력화하고 있다. 말로는 ‘민생’을 앞세우지만, ‘민생’은 보이지 않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임명된 신원식 국방부 장관까지 그동안 18명의 장관 등 고위공무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것도 그렇다 치자(과거 정부에서도 야당의 반대로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바 있지만, 이번 정부에서 유독 심하다). 툭하면 공무원들을 탄핵 또는 해임하겠다며 겁박한다. 실제로 지난 9월에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가결한 바 있다. 윤재욱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국무회의 구성원 21명 중 무려 8명이 탄핵 위협을 받았다’라며, ‘민주당이 국정 마비를 기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많은 국민들도 이에 동의할 것이다.

입법 독주도 여전하다. 올해 전반기에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양곡관리법, 간호법이 민주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고, 예고한 바와 같이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당과 경영계 등에서 반대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그리고 ‘방송3법’에 대해서는 이번 회기 중에 단독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첨예한 쟁점 법안들을 밀어붙이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중 부정평가 이유를 보면 ‘독단적/일방적/소통미흡’과 같은 답변이 높게 나오는데, 거부권을 행사토록 함으로써 그런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

일방적인 의석 구조를 감안하더라도 국민의힘은 너무 존재감이 없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자기혁신도 없었고, 이렇다 할 정책개발도 없었다. 가슴을 열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4년 내내 그저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우리나라의 정치를 ‘4류’라고 질타한 지 30년 가까이 됐지만, 나아지기는커녕 그때보다도 오히려 더 ‘후지다.’ 이번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받는다. 내년 총선은 그 책임을 묻는 선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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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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