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30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연 3.50% 수준으로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기 회복이 더딘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금융시장 불안도 이어지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렵고, 물가 반등세와 미국과 최대폭(2.0%포인트)로 벌어진 금리 격차 때문에 내리기도 힘든 상황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적어지면서, 전문가들은 한은도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하며 내년 하반기 즈음 금리 인하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경기 우려·금융불안…금리 올릴 이유 없어

27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모두 금통위가 3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할 것으로 봤다. 금통위가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묶으면 지난 2·4·5·7·8·10월에 이은 7연속 동결이다.

정부와 한은이 전망한 올해 1.4% 성장률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은이 가계대출 증가 우려를 명분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소비·투자를 더 위축시키고 부동산PF 등 금융불안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도 글로벌 경기 하강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에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 흐름 또한 안정세를 보여 물가 여건이 나쁘지 않은 점도 동결 근거로 지목됐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고물가·고금리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투자가 계속 부진할 것”이라며 “이처럼 경기와 자금시장 등이 아직 불안해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올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물가 하락 기조가 이어지고, 소비 경기는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부진하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의 득실을 따졌을 때 물가 안정이라는 득보다 경기 침체라는 실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CPI)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적어진 점도 한은의 금리 인상 압박을 줄였다는 평가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국제 유가의 하향 안정으로 추가 긴축 경계감이 약해졌고, 내수 부진과 부동산 PF 등 금융불안 우려 탓에 한은의 추가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또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조사를 보면 미국의 12월과 내년 1월 금리 인상 확률이 ‘0’으로 나온다”면서 “그만큼 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확신한다는 것인데, 이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올릴 이유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6명의 전문가는 모두 한은의 금리 인상이 지난 1월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종료됐다는 데 동의한 셈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릴수도 없는 금리…한미 금리차·가계대출 증가 우려

동결 결정을 예상하는 또 하나의 축은 2%포인트에 달하는 한국(3.50%)과 미국(5.25~5.50%) 간의 금리 격차와 가계부채 증가 문제, 3개월째 반등세를 보이는 물가 등을 고려할때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그나마 지금 2%p 차이에서도 환율 등이 안정됐으니 다행인데, 지금 우리가 금리를 먼저 낮추면 결국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지고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방아쇠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산술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의 1순위 목표인 물가 안정을 고려해서라도 금리 인하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소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내년에 2%대 중반까지 낮아지더라도 아직 목표 수준(2%)보다는 높기 때문에 금리 인하 명분으로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조 연구위원도 “물가가 아직 완전히 잡혔다고 보기 어렵고,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걱정도 큰 데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2%포인트에 이르는 만큼 연준보다 한은이 먼저 기준금리를 낮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아직 3%대인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6개월 연속 월평균 5조7천억원씩 늘어나는 가계부채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며 만장일치 동결을 언급했다.

금리 인하 시기는 미국이 내년 5~6월, 한은은 이르면 7월 정도로 예상됐다. 정 소장은 “연준은 내년 5월이나 6월 인하를 시작할 것 같고, 한은은 미국 인하를 확인한 뒤 7월 정도 낮추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다만 소비지출을 중심으로 미국의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면 미국의 인하가 5월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주 실장도 “내년 하반기에 연준이 금리 인하를 강하게 시사하거나 실제로 인하할 것”이라면서 “따라서 한국도 미국을 따라 하반기에나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이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다소 앞서간 것 같고, 내년 중반깨나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며 “한은은 그 뒤에 내년 하반기 정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내년 2분기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거나, 미국보다 앞서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안예하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완화된 물가 우려와 유동성 리스크(위험) 부각 등에 내년 2분기부터 인하할 것”이라며 “한은도 내수 부진과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속에 내년 2분기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상반기 수출 회복에도 불구, 소비 침체 기조가 뚜렷해질 것”이라며 “최근 부동산 경기가 다시 하락하면서 내수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이 경우 한은이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보다 앞서 7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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