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큰 기둥 자승 스님이 돌연 입적해 불교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29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칠장사 요사채(승려 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요사채 한 채를 완전히 태우고 약 3시간 만에 진화됐다.

인도와 네팔에서 43일간 1,167km 길을 도보 성지 순례를 마친 상월결사 인도순례단 회주 자승 스님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회향식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화재 현장에서는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이 숨진 채 발견됐다. 칠장사 주지 스님과 직원 등 4명은 요사채와 떨어진 곳에 머무르고 있어 추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화재 소실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주변에 있던 자승 스님의 승용차에서는 ‘자승’이라는 이름이 적힌 유서 형태의 메모장 2장이 발견됐다. 고인은 “경찰분들께, 검시할 필요 없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한다”고 썼다.

칠장사 주지 자강 스님에게는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다.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거다. 미안하고 고맙다. 부처님법 전합시다”고 남겼다.

조계종 제33·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이 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 안성 죽산면 칠장사 내 요사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뉴스1

자승 스님은 지난 29일 낮 3시쯤, 칠장사를 찾아 차담회를 갖고 관계자들에게 “하루 묵고 가려 한다”며 숙소 건물인 요사채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승 스님이 혼자 요사채에 간 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자승 스님 입적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CCTV를 통해 화재 발생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현장에서 발견되 메모가 실제 자승 스님이 작성한 게 맞는지 필적 감정을 거칠 예정이다.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자승 스님은 18세에 출가했다.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을 시작으로 종단의 주요 직책을 두루 맡으며 조계종 중흥을 이끌었다. 지난 2009년에는 90%가 넘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제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됐다. 총무원장 퇴임 이후엔 서울 강남 봉은사 회주로 불교계 고문 역할을 맡으며 대학생 전법에 힘써왔다.

조계종은 오늘 중으로 장례 법령을 검토하고 공식 부고를 발표할 계획이다. 자승 스님의 장례는 서울 봉은사에서 5일장으로 치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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