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본회의서 보고…72시간 내 표결해야

與 “탄핵, 총선용 정쟁수단으로 활용 안돼”

野 “막으려 물리력 행사시 형사처벌 대상”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손준성 검사, 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의 법제사법위원회로의 회부 동의의 건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손준성 검사, 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의 법제사법위원회로의 회부 동의의 건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 단독 처리 수순에 들어갔다. 3주 전 탄핵안 표결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탄핵안을 철회했지만 재시도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이 보고된 탄핵안을 1일 바로 표결에 부치겠다고 하면서, 국민의힘이 이를 규탄한 철야농성에 들어가는 등 정국은 더욱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동관 위원장과 검사 2명(손준성·이정섭)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다시 보고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예산 처리를 위해 잡아둔 본회의 일정을 예산과 상관없는 탄핵안 처리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며 극렬 반발했고, 민주당은 탄핵 대상자들이 법률 위반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당위성을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개의에 앞서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지만 회의 시작 시간을 30분쯤 지연시켰을 뿐 회의 소집 자체를 저지시키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본회의에서도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탄핵안과 관련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에서 “민주당은 방송장악을 이유로 이동관 위원장을 탄핵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동관 위원장은 취임 후 세 달여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정섭 검사는 이재명 대표의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지휘한 검사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수사방해 또는 보복의 수단으로 검사를 탄핵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고 했다.

특히 “엄중하게 행사돼야 할 탄핵이라는 국회의 권한을 정쟁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며 “탄핵이 공영방송 기득권 유지와 총선용 정쟁수단으로 활용돼서는 결코 안된다”라고 했다.

반면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위원장의 탄핵 사유와 관련해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를 본인을 포함해서 단 2명의 상임위원으로만 진행, 지난 11월 16일까지 모두 29건의 안건을 의결했다”며 “방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방통위 합의제 기구로 둔 설립취지와 방송법을 어긴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사 탄핵에 대해선 “오히려 검사라는 이유로 위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는 그런 국가, 그런 것이 비정상이라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짓말도 적당히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탄핵안을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하는 안건을 보고할 때 “법사위 회의도 안 열지 않느냐”라고 항의했다.

장 의원은 “오늘 보고된 탄핵소추안들이 법사위로 회부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 여야의 충분한 숙의를 거쳐 의결되지 않는다면 무리한 탄핵소추로 인한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의 몫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으나, 표결 결과 이는 불발됐다.

세 사람에 대한 탄핵 표결을 앞둔 국회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회법에 따라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기점으로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을 해야 한다. 만약 1일 오후 본회의가 열리고, 탄핵안이 통과되면 이동관 위원장 등의 직무는 바로 정지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30일 오후 국회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30일 오후 국회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에 국민의힘은 전날 본회의 직후 규탄대회를 하고 오후 9시부터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밤샘 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의석 수 부족 탓으로, 이동관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을 저지할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탄핵안 의결 조건은 재적인원 과반(150석) 찬성으로, 국민의힘이 1일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민주당(168석) 의석만으로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여당으로선 본회의를 열지 않으려면 김진표 국회의장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거나, 아니면 물리적으로 본회의 개의를 막아내야 한다.


다만 물리력을 행사해 본회의 개의를 저지하는 것은 국회선진화법 위반이 되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부담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의장실 점거 등 강경한 방식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민주당은 탄핵안 강행 처리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이것은 정치적 타협 대상이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민주당의 이 같은 행태를 국정 마비를 목적으로 한 ‘탄핵안 남발’로 규정하고, 사실상 여론전 쪽에 힘을 싣는 양상이다. 당장 1일 오전까지 밤새 이어진 농성은 여당이 탄핵안 처리를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행태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또 앞서 민주당이 탄핵안을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이동관 위원장을 ‘검찰청법 규정에 의해 탄핵한다’는 내용을 넣는 등 이른 바 ‘복붙 논란’이 발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 같은 논란을 꼬집기도 했다.

한 장관은 “이제는 탄핵안 내용 자체는 누구도 읽어보지 않고 내놓는 것 같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철회로 세 사람에 대한 탄핵 추진이 불발되자 28일에 탄핵안을 재발의했다. 하지만 이 중 방통위원장 탄핵안과 관련한 논란이 생김에 따라 민주당은 재발의된 탄핵안을 철회, 29일 또다시 ‘재재발의’된 탄핵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촌극을 벌였다.

한 장관은 현 상황에 대해선 “어차피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정략적 탄핵이라는 것은 민주당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한 장관은 “탄핵이라는 제도에서 내용도 안 보고 던지는 식의 탄핵을 운용해서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에 대해 많은 분이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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