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고객 유지 어려운 상황” OTT 결합상품 판매 급부상

국내도 비슷…티빙·웨이브 움직임 대표적

애플과 파라마운트가 자사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결합상품 출시를 논의 중이다. 시장경쟁은 치열해지는데 가입자 이탈은 늘고 수익률마저 떨어지면서 새로운 생존방식을 찾아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논의를 시작한 티빙, 웨이브와 유사한 행보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과 파라마운트는 자사 OTT ‘애플TV+(플러스)’와 ‘파라마운트+’를 묶음(번들)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직 논의 초기단계”라면서도 “두 서비스를 따로 구독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양사가 손잡은 것은 다른 OTT보다 높은 가입자 이탈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시장분석업체 안테나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양사의 가입자 이탈률은 7% 이상이다. 업계 평균 5.7%보다 높다.

엔데믹에 정체기 빠진 OTT…생존 위해 ‘적과의 동침’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급성장한 OTT는 엔데믹(풍토병화)을 맞으며 정체기에 빠졌다. 2022년 1분기 넷플릭스 가입자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디즈니+에선 지난 2분기에만 1170만명이 이탈했다. 아마존프라임·맥스(HBO맥스) 등 경쟁자는 계속 늘어난다.

OTT업체들은 구독료를 인상하거나 계정공유 단속, 광고 기반 모델을 도입하는 등 수익성 회복에 나섰지만 불황과 맞물리면서 오히려 가입자 추가이탈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OTT 가격이 오르면서 가입자들이 콘텐츠 몰아보기를 한 뒤 곧바로 해지하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충성고객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다른 플랫폼과 손잡고 구독료를 할인하는 ‘결합판매’ 방식이 급부상한다. 안테나는 “여러 서비스를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하면 가입자가 구독을 해지할 확률이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미국 통신업체 버라이존의 에린 맥퍼스 수석부사장도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를 묶어 제공하는 방식이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한다”고 했다. 버라이존은 넷플릭스와 맥스를 한 번에 구독할 수 있는 결합상품을 출시했다. 아마존프라임이나 쿠팡플레이처럼 이종 서비스와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별도 운영한 플랫폼을 합치기도 한다.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훌루(Hulu)를 완전히 합병하고 두 서비스를 하나의 앱(애플리케이션)으로 통합했다. 서비스 분산이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티빙·웨이브 합병 논의 중인 韓, 예외 아냐…기대 반 우려 반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국제 OTT 포럼에서 한 참석자가 휴대폰 OTT 화면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도 다르지 않다. 최근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예고했다. 업계는 다음주 초쯤 양사 합병이 공식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티빙과의 합병은 2021년부터 이어진 웨이브의 숙원이었다. 자본이 부족한 국내 OTT는 글로벌 기업에 맞설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콘텐츠웨이브의 영업손실은 1217억원, 티빙은 1192억원에 달했다. 양사 모두 2021년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가입자 증가세는 더딘데 콘텐츠 투자비용은 늘어서다. 여러 플랫폼으로 분산된 콘텐츠에 부담을 느끼던 OTT 사용자들도 티빙과 웨이브의 결합을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 합병효과가 어떨지는 미지수다. OTT는 중복가입자가 많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OTT 이용자 1명이 평균 2.7개 서비스를 구독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티빙 539만명, 웨이브 439만명으로 둘을 합치면 약 1000만명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넷플릭스(1223만명)에 바짝 따라붙을 수 있다.

하지만 업계는 합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티빙은 지난해 말 콘텐츠 및 구독자 확보를 위해 ‘시즌’을 흡수합병했지만, 성장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스포츠 등 새 콘텐츠 확보에 성공한 쿠팡플레이(MAU 536만명)에 밀리기까지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복가입자를 제외하면 티빙과 웨이브 가입자는 80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합병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양사가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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