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최후통첩’에도 ‘희생 혁신안’ 최고위 상정 불발

혁신위 7일 보고 시도 예고에 ‘비대위 전환 요구설’도 나와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안채원 김철선 기자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지도부가 4일 혁신위원회의 ‘최후통첩’에 무반응을 보였다. 사실상 이를 일축한 셈이다.

앞서 혁신위는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인사들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이른바 ‘희생 혁신안’을 정식으로 의결하고, 지도부에 이날을 답변 시한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혁신안은 이날 최고위원회에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않았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내년 총선 공천관리위원장 추천 요구는 일찌감치 묵살당했다고 여겨지는 분위기다.

지도부와 혁신위는 이날 최고위 상정 불발 배경을 두고도 입씨름을 벌였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에서 “혁신위의 적극적 상정 요청이 없었다”고 설명하자, 오신환 혁신위원은 언론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식이다.

혁신위는 오는 7일 열릴 최고위에 다시 ‘희생 혁신안’의 안건 상정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최고위
국민의힘 최고위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2.4 xyz@yna.co.kr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결정할 수 없는 내용으로 결정해달라고 하는 것은 (혁신위) 본연의 역할 범주, 성격을 벗어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역시 CBS 라디오에서 “3분 만에 요리가 안 나왔다고 실패는 아닌 것”이라면서 “공천 룰을 세팅할 때 혁신위의 방향성을 얼마나 존중하는 지를 보면 진정성이 충분히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줄다리기 상황이 지도부에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혁신위가 조기 해체와 동시에 ‘비대위 폭탄’을 던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는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에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 내부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선출직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희생’이 의결 사안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취지의 메시지만 내놔도 되는 것”이라며 “정무 감각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최고위 비공개 회의에서도 김병민 최고위원은 “혁신위가 오늘까지 답을 달라고 했는데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 것은 최악”이라고 김 대표 면전에서 지적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민주당도 혁신위 요구에 건건이 반응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희생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지도부 일각에서는 인 위원장 배후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다음 최고위와 혁신위는 7일 오전 연달아 열릴 예정이다. 먼저 열리는 최고위에서 혁신위 측이 해당 안건을 보고할 수 있을지, 또 김 대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가 제안을 보고하면 절대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전권을 주겠다고 했는데 그걸 내팽개치면 지도부에도 좋을 게 없다”며 김 대표에게 ‘답신’을 건의하는 의견이 많이 전달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결단은 김 대표의 몫”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이 만나 대화를 통해 상황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희생 혁신안에 대한 의견과 별개로, 당내에서는 지도체제 자체를 논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한 분위기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통화에서 “대안 없는 비대위 전환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 핵심관계자는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구성으로 타협할 수도 있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지도부는 혁신안을 둘러싼 신경전과 별개로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총선기획단과 인쟁재영입위원회가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동시에, 이르면 오는 15일 공천관리위원회도 구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이런 바쁜 스케줄 속에서 비대위 논의는 어불성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혁신위 전체 회의 입장하는 인요한 위원장
국민의힘 혁신위 전체 회의 입장하는 인요한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체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3.11.30 scoop@yna.co.kr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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